외설시비『자니 윤 쇼』다시 안방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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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니 윤 쇼』부활을 놓고 논란이 많다.
KBS는 이 프로를 이번 가을 개편 때 부활시키기로 하고 31일 것 방송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낯설던 성인 오락·「TV대담 쇼」를 처음 선보여 저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자니 윤 쇼』는 외국 대담 쇼 모방, 다소 외설 스런 내용 등을 문제삼은 반대여론에 부딪쳐 지난 4월 중단됐다. 7개월 남짓만에 KBS가 이번 가을개편에 다시 방송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당시의 높은 시청률과 중단된 이후에도 계속된 시청자들의 관심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
이같은 분위기에 자극 받은 제작진의 방송재개 열의 또한 높다.
『사회가 다양화되듯이 TV프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양 방송사가 추구하는 TV편성도 젊은 층·서민층·문화 예술인 층 등 갈수록 세분화되는 마당에 적어도 한 프로는 중산층을 겨냥, 부담 없는 웃음을 즐기도록 하자는 겁니다.』
「너무 연예인 편중이 아니냐」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대해서는『연예인의 성공담이나 부에 얽힌 얘기를 듣자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 다시 말해 인기인 자신의 솔직한 내면 공개를 시도해 보았다』는 게 연출을 맡았던 이남기 PD(42)의 해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로 서울 YMCA TV모니터 클럽을 들 수 있다.
『성인 시청자들이 무척 갈망했던 본격 성인용 오락물로서 재미있는 요소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죠. 문제는 전에 누렸던 인기를 그대로 재현해 보려는 방송사의 편의주의에 있습니다. 외설 성 등 논란이 컸던 부분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시청률만 의식, 다시 방송한다는 것은 공익성보다 오락성을 앞세운 KBS의 공영방송으로서의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라고 봅니다.』
흥미위주로 가는 듯한 Kl3S의 자세를 지적하는 이 모임의 간사 이승정씨(33·여)의 말이다.
이같은 만만찮은 반대·비판여론을 사전에 의식해서인지 KBS측도 여느 프로와는 달리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의 부활도 아직은 내부 방침일 뿐이지 최종결정은 나지 않았다』고 한 제작간부는 말한다.
자체 내에서의 논란 역시 커다란 프로들의 가을 개편 방침이 1주일 전 결정됐음에도 이 프로는 일단 제작·편성책임자들 사이에 재개방침만 세운 상태다. 제작자들은 첫 방송일자만 내정해 놓고 이번 주 중 매듭지어질 경영책임자의 최종방침을 기다리며 세부 준비작업을 못하고 있다.
물론 KBS측은 이전에 문제가 제기됐던 사항들을 긍정적으로 수용, 프로의 내용을 가다듬어 나가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대담 쇼 모방, 자니 윤의 서투른 우리 말, 일부 외설 스런 내용 등 이 그것으로 이 프로의 성인 오락물 취향 특성은 살리되 연예인 편중에서 벗어나 교양 성을 늘리기 위해 신선한 문화예술인을 등장시키고 진행도 외설 표현 시비와 관련, 직설적인 표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자니 윤의 서투른 우리 말도 그동안 많이 나아졌다고 알려지고 있다.
찬반 양론 속에 최종결정만을 남겨 놓은『자니 윤 쇼』의 부활에 대한 일반 시청자들의 시각은 심야프로인데다 국내외 모든 대담 쇼의 비슷한 형식, 우리 사회의 성숙도 등을 들어 외설시비 등 아직은 우리에게 어색한 종전의 해학적인 요소들을 걸러 낸다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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