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8번째 대책 … 부작용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후속 부동산 대책의 골자가 아파트 분양가 인하와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벌써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를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강화하더라도 정부의 의도대로 집값이 떨어지기보다는 청약 과열과 실수요자에 대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효과에 치중하는 대책보다 실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 분양가 낮춘다고 집값 떨어질까=정부가 공공택지 내 분양가를 20~30% 낮추는 것은 주변 시세보다 싼 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아파트 로또' 열풍만 불러올 뿐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4월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분양 때 43만 명이 몰리며 청약경쟁률이 최고 725대 1에 달했던 것은 낮은 분양가 때문이었지만 집값 안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수도권 주택공급이 여전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 인하는 시가와의 차액을 정부(채권입찰제 경우)나 건설업체(높은 분양가 경우)에서 청약자에게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분양가를 낮춰야 하는 건설업체가 아파트 공급을 꺼려 공급이 더 위축될 우려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요가 많아 기존 주택이 시세를 끌어올리는 판교.동탄.송도 등의 지역에서는 신규 주택의 분양가 인하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같은 신도시 내의 동일 평형 아파트라도 분양가 인하 방안이 적용된 주택과 그렇지 않은 주택 간에 최대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신중해야=부동산 시장의 과잉 유동성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을 현재보다 강화할 경우 실수요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투기지역에만 국한해 강화된 규제를 적용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지만 현재 서울 대부분 지역이 투기지역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보대출 규제가 이뤄질 경우 대상을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 대한 '융단폭격식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모 은행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는 "서민들이 대출에 많이 의존하는 만큼 6억원 미만의 아파트에까지 담보대출을 제한한다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나 중도금 상환 등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