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무용인 문일지·국수호 씨 대형 가을무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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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 무용 계의 두 중견 문일지·국수호 씨가 각각 지난 1년간 의욕을 불살라 온 화제작을 가을무대에 선보인다. 문 씨가 이성부(대본)·김철호(작곡)·이병훈(구성)씨와 호흡을 맞춘 국립국악원무용단의 창작무용극『벼』는 24∼26일 오후7시 국립국악 당 소 극당에서, 국 씨가 김용옥(대본)·손진책(연출)·이범훈(작곡)씨와 머리를 맞대고 만든 88서울예술단의 가무 극『백두산 신곡』은 25∼28일 오후7시 국립극장 대 극장에서 각각 공연된다.
『벼』는 이성부 씨의 시『벼는/서로 어우러져/기대고 산다/햇살이 따 가와 질수록/깊이 익어/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저를 맡긴다./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에서 형상화된 벼와 민초들의 삶과 생명력을 각양각색의 전통춤사위로 그려낸 작품. 3부로 구성된 70분 짜리 무용극으로 34명의 무용수들이 출연한다.
『백두산 신곡』은 제작진의 명성만으로도 일단 관심을 모을 만한데다 2막18장으로 2시간30분간 공연되는 동안 50명 규모의 중앙국악관현악단이 전곡을 생음악으로 연주한다는 사실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백두산에 얽힌 개국신화를 통해 분단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잃어버린 민족적 기상을 되찾자는 의도가 담긴 만큼 웅장한 무대를 꾸미기 위해 독일의 무대미술전문가 마누엘 씨를 초청해 장치디자인을 맡기고 2억7천만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이는 등 인적·물적 투자가 만만치 않다. 84명의 88서울예술단단원 외에도 연극배우 김성녀 씨와 서울시립가무단의 박철호 씨가 객원 출연하며 무용과 합창을 위해 50명의 객원이 동원되는 등 생음악반주를 맡은 중앙국악관현악단까지 포함하면 약 2백 명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하님(하늘의 남자를 상징)·다님(땅의 여자를 상징)·흑두 거인(악의 상징)·백두 거인(생명과 미의 상징)·단군(하님과 다님의 아들)등 이 등장해서 신이 인간화되는 과정을 그리는 이 작품의 주제는 인간애. 천지개벽의 원시적분위기를 위해 크기가 다른 병·대나무·부싯돌 등으로 효과음을 만들고 첨단기술을 도입한 무대장치로 신화적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등 이색적인 소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백두산 신곡』은 서울공연에 이어 ▲11월5일=대구 문예회관 ▲1l월7일=부산 KBS홀 ▲11월9일=진주 경남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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