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거국 내각까지는 필요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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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은 9일 같은 당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거국내각’ 구성에 대해 “당파를 초월한,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나 거국 내각까지는 필요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천정배 의원은 10일 평화방송에 출연, 거국내각과 관련, “정부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책임정치, 민주정치의 원리에 맞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천 의원은 “청와대 긍정적 반응의 전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단서를 붙인 뒤 “거기엔 여야 간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다. 전제가 충족될 수 없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여야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천 의원은 “청와대가 고려는 해볼 수 있겠지만 우리당으로서는 역시 이 상황에서 여당답게 책임을 지고 정부를 이끌어 가는 것이 옳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천 의원은 김한길 원내대표의 열린당 재창당 발언에 대해 “우리당은 정치개혁에 있어서 여러 가지 성과를 거뒀지만 구태정치를 청산하는 걸 넘어 생산적 정치로 나가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신뢰를 잃게 됐기 때문에 큰 책임이 있으나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우리당의 성과 등을 전부 부인하고, 청산해 버리고 아주 새롭게 만들자는 것과는 다르다. 새롭게 가자는 것이지만 기존의 성과들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새롭게 가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의원은 “중요한 것은 우리당의 변화”라고 강조하며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잘못 했고, 무엇이 원인이 되어 국민들에게 이런 실망을 드리고 성공하지 못했느냐에 대한 진단과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열린당의 정계개편과 관련, 천 의원은 “다시금 우리 힘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솔직히 안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노선과 정책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크게 뭉쳐서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해 보자는 것”이라며 “결코 지난 과거에 대해서 우리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민생개혁세력의 대통합신당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당명이 바뀔 수 있다고 전제한 천 의원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재창당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재창당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과 함께 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현실적 어려움이 될 것이지만 수석 당원이기 때문에 같이 가야 한다. (노 대통령이) 신당 추진과정에서의 주도권은 당 사람들에게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천 의원은 이날 “내년 대선 경선에 출마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책임 있게 깊이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우리당과 민생개혁세력 전체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이것을 타개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대설에 대해 천 의원은 “만날 수 있는 분들이다. 만남 자체가 특별한 게 아니다”라며 “두 분의 의사가 무엇이었던지 간에 남북간의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을 시사하는 효과는 있었다”고 평가했다.【서울=데일리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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