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부동산 실세' 은밀히 초청 의견청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11.3대책 전후로 건설업계 대표와 부동산전문가들을 은밀히(?) 잇따라 불러들여 관련 의견들을 청취했다.

과거에도 부동산정책과 관련해서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이들을 불러들여 협의한 적은 있지만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9일 권오규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이 내놓은 대책안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규제라는 '강경책'보다는 공급이라는 '연성책'을 택한 것도 청와대의 '작품'이라는 것.

특히 이번 청와대 초청(?)을 주도한 인사들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실세였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공급확대론'에 대해 요목조목 오류를 지적했던 이들 실세들이 시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 점은 최근 발언과도 무관하지 않는 듯 보인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은 "부동산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또 정문수 대통령 보좌관은 "나는 부동산전문가가 아니다"라며 한발짝 뒤로 물러선 듯한 발언을 했다.

청와대 부름을 받고 다녀온 한 인사는 "최근 집값 폭등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기 보다는 업계 의견을 진지하게 듣는 자세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부동산을 잡겠다'고 호언하던 과거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수가 없었다"며 최근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

서민과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상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청와대도 분명히 인식한 것이다.

공급확대에 공을 들였다는 긍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이 집값안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여전히 반신반의한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한 전문가는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그토록 자신했던 8.31대책이 시장과 따로 놀면서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여권 사이에 부동산정책 방향 자체에 대한 혼란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조차 부동산 정책 실패를 성토하는 마당에 금리인상이나 대출총량 등의 강공 카드를 쓰기에는 청와대 실세들의 입지는 좁아보인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