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위해 태어난 아이' 세계 무대 휘어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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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외국 유학을 하지 않은 순수 국내파가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6일 러시아 우드무르트 공화국의 수도 이제프스크에서 폐막한 국제 청소년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장유진(15)양이다. 충북 청주 태생인 장양은 예원.예고 등 예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청주 대성여중)를 다녔다. 바이올린은 6세 때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주말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김남윤 교수에게 배웠다. 올해초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영재 선발 시험에서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2003년 이후 예산부족으로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열린 영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는 청소년 음악경연대회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연령 제한은 18세까지. 장양은 이번 콩쿠르에서 대상과 함께 창작곡 연주 특별상까지 받았다. 상금은 3250달러.

장양의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 어머니도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 장양의 어머니 김미숙씨는"어릴 때 스즈키 메소드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유치원을 보냈다"며 "본인이 음악을 좋아해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스즈키 메소드란 악보 읽는 훈련에 앞서 음악을 듣고 악기를 연주하도록 가르치고 암보(暗譜)를 중시하는 교수법이다.)

장양은 "음악사.지휘.피아노 등 다른 과목에도 관심이 많고 실내악.오케스트라 수업도 재미있다"며 "오케스트라 협연을 좋아해서 콩쿠르에 나갈 때도 결선 진출만 하면 협주곡 연주회를 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어서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작곡자라면 어떻게 연주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연습한다"고 덧붙였다.

콩쿠르 입상 경력도 화려하다. 1998년 숙명여대 음악콩쿠르, 99년 음악춘추 콩쿠르, 2001년 이화.경향 콩쿠르(초등부), 2002년 바로크 전국 현악 콩쿠르 등에서 우승했다. 또 2003 이프라 니만 국제 콩쿠르 최연소 2위, 2004년 메뉴인 국제 콩쿠르(주니어부) 3위에 각각 입상했다.

99년 청주시향에 이어 2001년 KBS 교향악단, 2003년 서울시향과 협연했다. 2003년에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테너 호세 카레라스, 소프라노 신영옥의 '빅 콘서트'에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벌써부터 '포스트 장영주'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시리즈에 초청받아 독주회를 했다. 예쁜 홈페이지(www.violin-21c.com)도 꾸며놓았다.

장양의 은사인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은 "바이올린을 위해 태어난 아이 같다"며 "작은 무대라도 연주자로서의 탁월한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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