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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의식한 文 "올림픽 보이콧 없다…中 평화 노력 중요"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 “정부는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보이콧에) 참가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고위 당국자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현재 중국과 전방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시작으로 핵심 동맹국인 영국ㆍ호주ㆍ캐나다ㆍ뉴질랜드 등은 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했다. 일본도 보이콧에 동참하되 올림픽위원회 회장만 파견하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호주의 보이콧과 오커스(AUKUSㆍ미국ㆍ영국ㆍ호주 안보 동맹) 국가들의 대중 압박에 대해선 “호주가 주권국으로서 자주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한국은 호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호주를 국빈방문한 것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이 ‘반중노선’에 서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뜻을 강조한 말로 해석된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호주 연방총독 관저 야외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호주 연방총독 관저 야외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특히 오커스가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의미하는 양안관계(兩岸關係)에 개입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양안관계가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양안관계의 평화와 안정이 지속돼야 한다”고만 했다.

반면 모리슨 총리는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한국은 양안관계에 독보적 위치를 갖고, 중국과 대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오판하는 상황이 생기면 한국도 중요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역내에 깊이 관여하는 국가로서 인도ㆍ태평양 국가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 입장에 서달라’고 요청한 말로 해석된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한국의 외교ㆍ안보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확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확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삼으며, 중국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중국(의 중요성)은 한가지가 더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임기를 5개월 남겨둔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의 당사국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종전선언의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 북한 모두 원론적ㆍ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며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회하는 것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아직 대화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미ㆍ중에 공식파견해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이날 “북한도 찬성입장을 밝혔다”고 한 것은 관련 논의 과정에서 북한과도 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 대북 소통 방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미국은 지난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선 “미국이 종전선언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지만,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남북, 북ㆍ미 간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중요한 대화 모멘텀”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종전선언이 이뤄지려면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관련국 사이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어떤 프로세스가 이뤄져야 하는지도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며 당사국 간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호주는 미ㆍ중 관계에서 한국과 매우 유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미ㆍ중 간의 관계 설정에서 절대적으로 참고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동시에 양안관계 등의 급변동 상황을 대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 전략도 미리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올해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총리와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한화 디펜스와 호주 국방부획득관리단의 호주 육군 K-9 자주포 획득사업 계약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총리와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한화 디펜스와 호주 국방부획득관리단의 호주 육군 K-9 자주포 획득사업 계약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은 특히 희토류와 리튬 등 반도체와 배터리 등 차세대 산업에 필요한 광물과 관련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공급망 경쟁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또 한국은 호주에 K-9 자주포 30문 등을 수출하기로 하는 등 안보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협력도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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