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첫골에 환호성/통일축구/북 임원 “무승부가 좋았을걸…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막판에 석연찮은 PK선언/관중석으로 공 내지른 최인호도 실수
【평양=전종구 특파원】 안타깝고 어처구니 없는 10초였다.
서로가 밝은 낯으로 등을 두드리며 멋진 호각의 한판이었다고 말하려는 순간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가 그 좋은 분위기를 깨고 말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인 북한의 장석진 주심은 남북통일축구경기 종료를 불과 10여초 남겨두고 페널티킥을 선언,한국은 1­2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페널티킥이 주어질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은 둘째치고 스탠드의 많은 관중과 본부측의 북측인사와 선수,한국관계자들까지도 1­1의 가장 좋은 승부를 기꺼워하며 그대로 경기가 끝나기를 바라는 순간이어서 페널티킥 선언은 5ㆍ1경기장의 화합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었다.
주심은 한국의 이영진이 북한 공격수 조인철의 점프때 페널티 에리어 안에서 밀었다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절대로 페널티킥을 주어야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 한국 코칭스태프 등 관전자들의 일치된 견해며 조인철이 공중볼을 처리하기 위해 이영진을 누르고 뛰어오른 것이어서 오히려 한국에 공격권이 주어져야 할 상황이었다.
1­2로 역전된 순간 본부석의 김유순 북한체육위원회 위원장ㆍ김형진 부위원장의 낯빛도 어두워졌고 관중들의 호흡도 크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이겨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김형진 부위원장은 『무승부가 훨씬 좋은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한 평양시민은 볼멘 목소리로 개운치 않다고 했다.
한국이 역전골을 먹자 화가 난다고 공을 밖으로 걷어차낸 GK 최인영과 이날 유달리 반칙이 많았던 이영진도 질타를 받아야 할 부분이었다.
한국팀은 11일 오후 3시22분 평양 능라도 5ㆍ1경기장에서 15만 관중들이 가득메운 가운데 시작된 1차전에서 GK 최인영,DF 홍명보 구상범 김판근 정용환,MF 이영진 윤덕여 최순호 김주성,FW 서정원 고정운을 스타팅 멤버로 내세워 4­4­2 전술을 구사했다.
이에 맞서는 북한도 월드컵 예선 및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오영남ㆍ정영만ㆍ탁영빈ㆍ방광철ㆍ이정만ㆍ윤정수를 주축으로 내보냈다.
북한은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빠른 전진패스로 한국의 패널티 지역을 돌파,두차례나 위협적인 선제공격을 펼쳤다.
초반의 위기를 넘긴 한국은 홍명보ㆍ정용환 등의 긴 패스에 의한 기습공격으로 반격을 시도해 전반 25분쯤 북한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절묘한 세트플레이로 골과 연결,선취골을 뽑았다.
최순호가 가볍게 옆으로 밀어주자 김주성이 달려들며 북한수비벽을 뚫는 총알같은 오른발 슛을 날려 골을 터뜨리자 5ㆍ1경기장은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남북통일축구대회는 양측 당국의 합의에 따라 오는 23일 서울 잠실올림픽스타디움에서 2차전을 벌이며 76명의 선수단 및 보도진 등 방북단은 13일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1차전(11일ㆍ평양)
북한 2 (0­1 2­0) 1 한국
득 윤정수(49분) 탁영빈(90분ㆍPKㆍ이상 북한) 득 김주성(25분) 조 최순호(이상 한국)
▲명동찬 북한감독=석연치 않은 기분이다.
우리 선수들이 다소 흥분했는지 처음에는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심판이 경기를 잘못 볼 수 있는데 문지기가 공을 관중석으로 걷어차고 불쾌감을 나타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경기에서는 더욱 화합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박종환 한국감독=한국은 선전했으나 북한 선수들의 파이팅이 놀랍다.
아쉬운 것은 북한의 극심한 홈그라운드 텃세였다. 후반 들어서만 다섯차례나 북한측이 범한 파울은 무시했고 후반 종료와 함께 북한에 허용한 PK는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선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