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열린 남북영화인 기자회견ㆍ전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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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 영화 공통점 서로 강조/남북 배우 어울려 춤/뉴욕지사ㆍ시장도 축하메시지
뉴욕 남북한 영화제가 매우 화기애애하다. 남북 영화인들은 10일 전야제에서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노래를 주고받으며 어울려 춤까지 추었다.
이에 앞서 열린 이들의 공동기자회견도 이 영화제를 앞으로는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개최하자는 데 선선히 합의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이날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테라스 온더 파크라는 호텔에서 계속된 전야제에서 공식행사가 끝난 후 양쪽 대표들은 여흥시간을 갖고 한데 어울렸다.
각 대표들과 주최측의 인사말로 약간 딱딱하게 느껴지던 전야제는 북쪽의 홍영희ㆍ오미란 두 여배우가 재미음악가 서재순 씨의 기타반주로 『그리운 강남』을 부른 데 이어 앙코르를 받아 『고향의 봄』을 부르며 3백여명의 참석교포들이 합창을 시작,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어 남측의 최유리ㆍ진영미 양이 『사랑해』를 부를 때 장내는 온통 합창의 소리로 변했으며 이어 양측 대표들이 홀에 나와 큰 원을 그리며 춤을 추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어 반주음악이 고고 리듬으로 바뀌며 남북대표들은 즉석에서 서로 짝을 맞춰 춤을 추었는데 남측의 장미희 양은 박순태 북한 국가영화문헌고 지배인과 최유리ㆍ진영미 양은 북측 여배우 오미란ㆍ홍영희 양과 짝을 맞추었다.
북측 대표들은 고고춤을 잘 못추면서도 한국대표들의 몸짓을 따르며 한데 어울리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 여배우들은 시종 웃는 얼굴을 잃지 않은 반면 남자배우들은 약간은 긴장된 모습을 보여 대조적.
남측 여배우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양장을 하고 나온 반면 북측은 홍영희 씨가 분홍색,오미란 씨가 연두색 한복을 입고 나왔다.
이날 전야제에서 북측은 대회준비위원회측에 축기를,남한대표단에 페넌트를 각각 전달했는데 모두 빨간색 바탕이고 축기는 흰색으로 한반도 지도무늬와 「조국통일」을 새겨넣은 것이었다.
○…마리오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데이비드 딩킨스 뉴욕시장은 이번 남북 영화제에 축하메시지를 보내 경축했다.
쿠오모 지사는 베리그린칙 지사사무실 퀸스지역 담당자를 통해 보낸 메시지에서 『이같은 문화행사가 남북한간 대화와 이해를 증진시킬 것이며,예술을 사회적ㆍ정치적 영역을 뛰어넘어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딩킨스 시장은 뉴욕시민들이 영화를 통해 나타난 남북한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게돼 매우 기쁘다고 첫 남북한 영화제를 축복했다.
○…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측 영화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강조하며 회견 후엔 서로 손을 마주잡고 인사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질문을 받은 대표들마다 한결같이 「반세기만의 만남」 「만나보니 한동포형제」 「동질성 회복」 등을 언급했다.
특히 북한대표들은 모두 이 영화제가 통일에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영화계 대표들의 기자회견에는 한국과 미주교포신문기자 60여명이 참석한 반면 북한측 기자는 한명도 없어 북한영화계 소식에 궁금한 한국기자들의 질문이 북한대표들에게만 쏟아져 회견장에선 『북한배우들이 더 인기가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남북한 영화계 대표들의 기자회견장에 나온 남북한 여배우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했다.
양측 단장들에 의해 참가대표들이 소개될 때마다 이들은 길게 양편으로 나뉘어 앉아 상대방을 잘 볼 수 없자 고개를 앞으로 길게 빼어 상대방을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의 여배우 오미란씨는 한국의 태현실ㆍ장미희ㆍ이미숙ㆍ최유리ㆍ진영미 양 등이 소개될 때마다 일일이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북 여배우들은 회견이 끝난 후 서로 머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를 한 후 정담을 나누다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나란히서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뉴욕=박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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