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 축구판 무법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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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러시아는 폭력과 청부살인이 난무하는 대표적인 '무법천지' 중 하나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감독이 깡패를 시켜 자기 팀 선수를 폭행하는 일도 벌어진다.

러시아축구연맹(RFS)은 8일(한국시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폭력배를 고용해 소속 선수들에게 린치를 가하게 한 혐의로 러시아 프로축구 3부리그 메탈루르그 리페츠크의 스타니슬라프 베르니코프 감독에게 '평생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했다. RFS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이 터진 후 증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철저한 조사를 벌였고, 폭력을 청부한 베르니코프 감독이 영원히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베르니코프 감독은 9월 팀 훈련 중 주장 알렉세이 모로츠크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원정경기에서 2연패를 당하자 베르니코프가 모로츠크에게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 아니냐"고 따졌고, 모로츠크는 "감독이 뇌물을 받지 않았느냐"고 대들었다. 훈련을 마친 모로츠크가 경기장을 빠져나올 때 4~5명의 괴한이 경기장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들은 모로츠크의 코뼈를 부러뜨리고 플라스틱 권총을 쏴 팔에 총상을 입혔다. 모로츠크와 동행하던 두 명의 동료도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 직후 경찰은 베르니코프에게 혐의를 두고 조사를 시작했고, 베르니코프는 감독직에서 해고됐다.

러시아에서는 신랄한 정부 비판으로 명성을 얻었던 여기자 안나 폴리트콥스카야가 지난달 괴한에게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등 폭력과 테러가 난무한 국가다. 1997년에는 아이스하키연맹 회장이 총에 맞아 사망했고, 두 달 뒤엔 프로축구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구단주가 역시 총격으로 죽는 일이 일어난 바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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