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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지구온난화 범세계적 대책 세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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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오랫동안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던 상당수 과학자가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가공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이전엔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경제학자들도 지금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미래에 나타날 부정적인 상황에 적응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보험사들은 매년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기업가들은 기후변화가 사업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궁극적으로 직업과 건강, 식량안보, 세계 평화 등 인간생활의 모든 측면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흔히 기후변화는 좀 더 광범위한 경제개발 계획의 일부인 환경문제로만 간주되곤 한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협의 광범위한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이에 대한 대응 또한 근시안적일 수밖에 없다.

각국의 환경장관들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범세계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파트너인 에너지.금융.교통.산업장관들이나 심지어 국방.외교장관들까지도 대책 논의에서 물러나 있다. 기후변화는 마땅히 그들에게도 관심사항이 돼야 한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내놓은 비관적 내용의 시나리오가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비관적 시나리오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기후변화와 연관된 위험뿐 아니라 기회에도 주의를 돌려야 한다. 탄산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은 올해 3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지만, 그 잠재력은 여전히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스턴 경의 보고서는 탄산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상품의 시장이 2050년까지 적어도 연 5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온실가스 규제가 반드시 저성장과 경제개발 억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태양력.풍력, 그리고 다른 대체에너지원이 개발되거나 좀 더 경제성을 가질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게 해 줄 것이다.

주로 아프리카에 몰려 있는 세계의 가장 가난한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극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밀레니엄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선진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6일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2주 일정으로 개막된 '유엔 기후변화 회의'는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명백하고 신뢰할 만한 신호를 줘야 한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우리 자신이 얼마나 빨리 변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정리=유철종 기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