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데릭 저먼 회고 영화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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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2월 데릭 저먼(Derek Jarman)이 52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영국에서 가장 특별한 감독을 한 명 잃었다"며 영화인들이 안타까워했다. 저먼(1942~94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배출한 가장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영화감독 중 한 명이다. 감독 이전에 화가.시인어었고 정원설계사로도 이름을 떨쳤다. 동성애자였던 저먼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맞서 싸운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86년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고 오랫동안 병상 생활을 했으나 이 기간에도 창조적인 작품을 여럿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저먼의 영화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www.cinephile.co.kr)이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www.cinematheque.seoul.kr)와 함께 다음달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데릭 저먼 회고전'을 개최하는 것.

이번 회고전에서는 12편의 장편과 단편모음, 뮤직비디오 등이 상영된다.

로마제국 시대의 성인 세바스찬을 동성애 아이콘으로 해석한 장편 '세바스찬'(76년)을 비롯해 칼 융과 점성술에 대한 탐구인 '희년'(78년), 셰익스피어가 만년에 쓴 작품을 각색한 '템페스트'(79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분석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전기 영화인 '비트겐슈타인'(93년), 대처 총리 시절 영국의 절망적인 현실을 그린 '대영제국의 몰락'(88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전쟁 시인과 종군 간호사를 중심으로 전쟁의 비극을 그린 '전쟁 레퀴엠'(89년), 죽음을 앞둔 저먼이 시력을 읽은 상태에서 친구들의 목소리를 빌려 삶과 줅음, 사랑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유작 '블루'(93년) 등 그의 장편 전작이 소개된다.

매일 오후 1시30분부터 4회, 일요일은 낮 12시부터 5회 상영된다. 02-745-3316.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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