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이빨사이로
피해 가는 보리 알이다
되돌릴 수 없는 걸음
허기졌던 고개마루는
역사의
쳇바퀴에 도는
어머니적 운명이었다.
안락함은 끝없는
갈증의 구렁텅이나
언제부턴가 완행 버스는
맥주병에 흔들리고
백동전
버튼만 누르면
일회용 입맛이 된다.
계산되지 않는 시간
시멘트로 굳어진다
밤새 쓰린 공복 끝에
물오른 마늘순처럼
짓눌린
누대의 서러움
황톳길 철쭉이 탄다.
지켜야 할 빛의 혼
장승처럼 외로운데
숭늉에 우러나는
뭉클한 볏단 냄새
시대의
마지막 부적이다,
청모시빛 하늘이 곱다.
<경남 진주시 신안동 782의 53>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