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의회 「슈타지」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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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독 며칠앞두고 연루의원 56명 드러나 “발칵”/건설장관 사임… 의회 비공개결정에 의혹 증폭
28일 동독인민의회(국회)의원 56명이 전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데 이어 이날 악셀 피베거 동독 건설주택부장관이 사임하는 등 동독 통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슈타지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정기의원총회로서는 마지막인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의원중 56명이 슈타지와 관련돼 있다』는 슈타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명단공개 여부로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미 슈타지 관련의혹을 받고 있던 피베거장관은 『드레스덴시 의회의원으로 일하던중 슈타지와 접촉한 적이 있다』고 혐의 사실을 시인한뒤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이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일부였을 뿐 슈타지 첩자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이날 민사당의 슈타더만의원도 슈타지 관련 사실을 시인하고 사임했다.
이에 앞서 이날 동독의 데어 모르겐지는 피베거장관외에 슈타인베르크 환경에너지장관,프라이스 지방행정담당장관 등 각료 3명과 의원 12명 등 15명이 슈타지 첩자로 활약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들 관련자들의 소속정당은 기민당(CDU) 6명,자민당(FDP) 4명,민사당(PDS) 3명,사민당(SPD) 2명이라고 밝혔다.
이날밤까지 계속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비공개회의를 열고 56명의 명단을 청취했다. 의원총회는 또 슈타지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도된 15명을 포함,협력자 명단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지난 17일 피셔 전 슈타지조사위원은 피베거장관과 에펠만 국방장관 등 각료 6명이 슈타지 관련자라고 밝혀 가우크조사위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가우크 위원장은 27일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특히 경제분야에 전 슈타지간부 2천4백88명이 아직 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타지는 과거 공산정권하에서 8만5천명의 요원과 10만9천여명의 정보원을 갖고 동독사회를 철저히 장악해 왔는데,최근들어 슈타지 관련혐의로 집권 기민연합의 사무총장과 야당인 사민당 고위지도자 등 정치인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후유증을 낳아 왔다.
동독의회의 슈타지조사위원회는 10월3일 통일과 함께 해체되지만 통일후에는 독일연방하원(통일독일국회)이 특위를 구성,조사를 계속하기 때문에 슈타지의 비리는 계속해 공개될 것으로 보이며 관련자 처리문제가 앞으로 정계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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