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지대화 결단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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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제4차 핵무기 비확산조약(NPT)평가회의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조치협정 미체결국인 북한 등에 대하여 협정체결을 촉구했다고 한다.
얼마 전 미국 첩보위성에 의하여 북한에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원자로의 건설이 밝혀졌고 수년 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폭탄의 개발이 전망되고있어 우리 모두는 핵의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북한과 같이 한사람이 권력을 전횡할 수 있는 국가에서 핵무기가 있다는 것은 그 위험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다. 비록 북한이 NPT에 가입하였다지만 실제감시기능을 가진 핵안전조치협정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분명히 독자적인 핵무기의 개발의지를 갖고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그들이 핵안전조치협정에 응하는 대가로 남한에서의 핵무기철수를 주장해왔다.
이에 대하여 우리측은 한반도 비핵지대화 문제는 초강대국들의 군비감축 등 세계전략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우리가 듣기에도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데 북한사람들이 납득할 것으로 여긴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언젠가 우리 국무총리는 주한미군의 핵무기보유여부에 대하여 시인도 부인도 않겠다고 했는데 이번 정부당국자의 말로 보아 남한에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으며 이것은 두말할 것 없이 우리의 동족인 북한을 겨냥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이 여기에 대항하기 위하여 핵무기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남한에 대한 피해의식을 의도적으로 주입시켜 체제강화의 수단으로 삼아온 그들이 북한인민들의 적개심을 부추겨 더욱 남북대결을 격화시키고 독재체제를 강화시키는 구실이 되게 할 것이다. 이것은 냉전이 종식되어가고 있고 남북의 화해와 통일의 욕구가 과거 어느 때보다 팽배하고 있는 오늘에 있어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우려는 주한미군의 핵보유사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최근 두드러지게 확산되고있는 반미감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것은 다시 반정부행동과 연계되어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란 점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기회에 한반도 비핵지대화에 결단을 내려 남북한이 다같이 핵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하며 그래야만 앞으로 있을 남북군축협상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윤동<대전시 동구 용전동 17의15 한일빌딩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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