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 스트레스는 그만~ 피부에 물을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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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3 수험생 송모(18)양은 요즘 한마디로 미칠 노릇이다. 툭하면 몸 곳곳이 가려워 책상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기 때문이다. 짜증이 나 심하게 긁다보니 목과 팔엔 피투성이 딱지까지 생겼다. 시험이 코 앞인데 가려워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숨만 나온다. 날씨가 선선해진 가을이 되자 증상은 더하다. 괴로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른 친구들은 안 그런데 왜 나만…". 그런 생각으로 시험을 망칠 생각을 하니 눈물까지 나온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아토피'증세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커졌다. 가을은 아토피 환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계절이다. 병원도 가 보고, 좋다는 음식에 별 민간처방도 다 해봤건만 도무지 나을 기미가 없다. 그런 와중에 날씨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는 계절에 이르러 피부의 가려움은 더 커져만 간다.

◆아토피, 제대로 알자
= 아토피성 피부염은 한마디로 만성 재발성 피부염이다. 피부의 방어막 기능이 손상돼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골칫덩이다.

피부에 특정한 지방질이 부족해 수분이 과도하게 증발, 알러지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피부에 더 쉽게 들어와 생기는 질병이다. 알러지가 생기다보니 가렵고, 그래서 긁게 되고 다음엔 피부발진이 생겨나 증상이 더 악화돼 이어서 또 가려움증이 생긴다. 피부를 긁을 때 생기는 상처로 물집과 딱지가 생기고 여기에 2차적으로 다시 세균감염이란 결과를 낳는다. 악순환인 것이다.

심하게 가렵고 피부가 메마르며 예민해지는 증상이 아토피성 피부염의 대표적 특징이다. 3살 이하 아이들의 20%가 이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 흔히 태열이라 부르는게 아토피 질환이다. 그러나 대부분 4~5살 사이에 증세는 없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아토피성 피부질환을 앓은 어린이의 25%는 청소년기까지, 또 25%는 성인이 돼서도 이 병을 앓는다.

알러지와 연관돼 있기에 아토피성 피부염은 알러지성 비염·천식·결막염까지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체질적으로도, 음식물에 의해서도 나타나고 최근엔 집먼지와 집먼지 진드기를 비롯해 새집증후군까지 각종 환경적 요소와 겹쳐 있다. 잘못된 화장품의 사용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화장품을 연구하는 피부과 의사들의 모임'(약칭 화연의)은 "쓰기에 따라서 화장품은 약도 될 수 있지만 독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증상은 줄일 수 있다
= 문제는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근본치료가 어렵다는 데 있다. 병원 치료도 완치를 목표로 하기 보단 가려움을 유발하는 원인을 알아내 증상을 누그러뜨리고 악화를 막는데 주력한다. 민간치료는 사실 지금껏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는 제대로 된 검증이 없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단번에 낫는 치료제는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치료법은 증상에 따라 약을 먹거나 외용연고를 바르기도 하고, 자외선 치료법을 쓰기도 한다. 웬만한 경우 가려움의 원인을 알아내 환경적 요인들을 제거하고 치료에 들어가면 증세는 상당히 좋아지는 편이다.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피부의 수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보습제를 바르는 등 피부를 촉촉히 유지하고, 과일과 야채·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과일·야채엔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비타민·미네랄이, 콩엔 피부면역과 치유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연이 듬뿍 들어있다.

황선영 연세피부과 원장은 "아토피는 피부자극을 받으면 다시 습진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등 일생동안 반복되는 증세이기에 질병에 순응하고 악화를 막기 위한 생활방식을 갖는게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화장품을 연구하는 피부과 의사들의 모임(화연의) 02-3497-9822 www.larocheposay.co.kr

◆화연의(化硏醫)란=2002년 8월 황선영 원장 등 국내 150여명의 피부과 의사들이 모여 만들었다. 기능성 화장품 역할이 증대되는 시기에 맞춰 화장품을 보다 실리적인 치료목적에 쓰고자 만든 지식공유 모임이다. 최근엔 프랑스의 '라로슈포제'화장품과 공동 심포지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황선영 자문의 약력
- 연세대 의대 졸
- 연세의료원 피부과 전문의
- 연세대 의과대 피부과학교실 외래교수
- 대한 피부과개원의협의회 의무이사
-'화연의' 이사
- 신대방 연세피부과 원장

# 아토피 예방 및 관리법
아토피는 완치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아토피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아토피 환자라 하더라도 스스로 잘 관리하면 증세는 견딜만 하다.

무엇보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1차 예방법이다.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으면 피부를 통한 수분손실이 많아 각질이 생기고 결국 가려워져 상처가 생긴다. 피부의 습도 유지를 위해 샤워 후에도 꼭 보습제를 쓰는 게 좋다.

땀 조절도 필요하다. 땀에 젖은 옷은 생채기가 난 피부에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통풍이 잘 되는 넉넉한 옷이 피부에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알러지를 유발하는 것이 확인된 음식물은 피하고, 집먼지진드기의 서식환경을 없애기 위해서도 집안 청결이 최선이다. 집먼지진드기는 피부의 최대 적이다.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도 애초부터 멀리하는 게 득이다. 애완동물의 털이나 양모(毛)종류의 옷을 피하고,손톱을 짧게 깎는 것도 가려움증에 따른 피부손상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더불어 순면 제품의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제의 자극을 줄이기 위해서도 남은 세탁시에는 세제의 찌꺼기가 없도록 잘 헹군 뒤에 말리고 입어야 한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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