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 북경시 예술단체|홍사종(극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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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외의 농민·노동자·학생층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예술단의 1급배우 서넛쯤은 거뜬히 외울만큼 북경의 예술단체는 시민의 생활속에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있다.
북경시 문화국은 산하에 12개 공연예술단체를 관리하는 시문화행정의 본산이다. 문화국을 책임지는 문화국장은 문학평론가이기도한 주술증씨.
북경시 가무단, 북경경극원산하 6개의 지방극단체, 중국교예단(서커스), 목우단(인형극), 북경 곡예단(잡기), 북경 교향악단, 북경 곤극단(전통극)은 북경시민의 건강한 문화공급원이자 생활의 한 부분처럼 「인민」의 아낌과 사랑을 받고 있다.
북경시의 예술단체와 시민과의 친밀한 동화가 이루어지기까지 북경시 문화국의 정책은 매우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고있다.
문화국의 예술단체 운영철학은 간명하다. 주 문화국장은 『모든 인민을 위해 봉사하며 다방면한 인민의 문화수요를 만족시키는데 기여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시재정의 쓰임새는 보다 효율적인 「인민문화창달」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분석 위에서 결정된다. 그 결과 모든 단체는 시로부터 대강의 기본경비(기본봉급 및 기타 부대비용)를 지원 받되 보다 많은 공연활동을 통해 수입금에 의한 경영자립을 꾀해 나간다.
각 단체는 일면 시정책에 부응하고 일면 배우의 높은 소득을 위해 연중 계속 공연활동을 전개한다.
시는 정책적 차원에시 낮은 입장료를 책정, 우리가 소위 「고급예술」이라고 부르는 「수준 높은」공연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다. 북경에서는 5∼10원(한화 700∼1,500원)을 넘는 소위 「고급공연」의 입장료는 없다(볼쇼이발레 공연도 7∼10원 이었다).
구석 구석 산소를 실어나르는 모세혈관처럼 각예술단체도 꼭 으젓한 공연장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어느 단체를 막론하고 교외 문화소외지대의 열악한 가설무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이유가 바로 모든 대중들 속에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관변 예술단체는 어떠한가.
「시민을 위한 시민의 단체」라는 이념에서는 북경시산하 예술단체와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국가경영의 사회주의체제도 아니면서 예술단체운영의 전비용을 부담하고 그것도 인건비의 비중이 전체 예산의 80%를 차지하는 기형적 재정이다.
과연 얼마만큼 시민을 위해 공연활동을 펼치는지 반문하고 싶다. 혹시 안정된 현실의 기득권을 지키며 매너리즘에 깊숙히 빠져있지나 않은지-. 또한 「대중예술」과는 유리된 잘못된 편견에 빠져 스스로를 기층시민과 무관한 예술귀족주의 집단으로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그리하여 진정 시민의 예술단체임을 망각하고 합리적 제도개선을 통한 공연활동의 내실보다는 「단원증원」 등과 같은 외형적 하중 늘리기만 열중하고 있지나 않은지-.
시의 재정보조와 관리로 운영되는 북경시 산하예술단체의 활동은 동맥경화의 우리 문화정책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교훈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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