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북한에 퍼주느니 통일 비용으로 쌓아 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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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붕괴 박성조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232쪽, 1만5000원

"남한에서는 모두가 통일을 외칠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일 단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과연 그가 통일을 원할까. 원한다면 어떤 통일을 원할까."

이 질문은 햇볕과 포용으로 북한을 상대해온 우리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감상적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통일론은 한마디로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것이다. 지난해 동족애를 기반으로 한 통일론을 비판한 책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를 냈던 박성조 베를린자유대 종신교수는 새 책에서 다시 한번 "김정일 머리에 민족은 없으며 햇볕정책은 김정일 정권의 생명유지장치 역할을 할 뿐"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주체적'으로 고립을 선택했고 남한도 '자주'의 깃발을 들고 고립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주체와 자주의 교차점이 통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고립과 가난의 모임'은 민족의 공멸로 이어진다"고 역설한다. 곧 한반도 붕괴란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략으로 북한을 내부에서부터 천천히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그 가능성을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럽 비정부기구(NGO)들에서 찾고 있다. 그들은 일방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북한에 제약.빵 공장과 병원 등을 짓고 북한주민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그들의 머릿속에 차근차근 시장경제 모델과 인권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책은 결론적으로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통일에 집착하지 말고 경제성장에 열중해 통일에 대비한 뒷심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훈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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