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조 조기교육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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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체조 다시 시작해야 한다.』
3개월간 태릉선수촌에서 북경아시안게임에 대비한 여자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하고 14일 소련으로 돌아간 왕년의 세계적 체조스타 넬리 킴(33)이 내린 결론이다.

<체조근육 형성 안돼>
넬리 킴은 이날아침 기자와 만나『짧은 기간이었지만 같은 민족으로서의 애정을 갖고 성심껏 지도했기 때문에 할말은 해야겠다』며 한국체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넬리 킴이 본 한국체조의 문제점은.
▲저변이 얇은 것도 문제지만 조기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체조는 늦어도 국민학교 1학년까지는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은 고학년이 돼서야, 어떤 경우는 중학교에서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따라서 체조선수에 적합한 「체조근육(GYMNAST MUSCLE」이 제대로 형성될 수가 없고 기본 기 마저 세계수준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한마디로 근육형성의 미비로 기본체력에서 뒤떨어져 강 훈련을 시키기 어려웠고 기본 기 부족은 현재의 선수로서는 연령상 보강이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전망도 어렵다는 얘긴가.
▲그 동안의 국제대회에 여러 번 나가 중국·일본·북한의 체조에 대해서는 잘 안다.
한국선수가 짧은 기간이지만 많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3국에 비해 원천적으로 기본 기에서부터 현저히 열세, 고난도의 기술을 실수 없이 구사한다 해도 나로서는 호 성적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본다.
다만 다른 선수보다 기본 기가 탄탄한데다 한 차원 높은 기술을 구사하는 박지숙(전북체고)이 마루에서, 또 최근 급성장을 보인 민아영(경희여고)이 평균대에서 메달가능성이 높으나 다른 선수는「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코치교체 너무 잦아>
-체조협회의 대표팀 운영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너무나 많다. 한국체조는 국내·외 각종 대회가 모두 다 중요한 듯 선수들을 무차별 출전시킨다. 두터운 선수 층에 세계최강인 소련도 세계선수권 등 주요대회 1∼2개만 타깃으로 프로그램에 맞춰 훈련을 하는데 한국은 온갖 대회에 모두 신경을 쓰다 보니 훈련스케줄이 자주 끊기고 선수부상도 잦은 것 같다.
여기에 코치진의 교체도 너무 잦다. 소련은 하번 맡기면 최소 4년은 임기를 보장한다. 지도자가 한가지 작품을 만들어 내려면 최소한도의 필요기간이다. 한국은 l년에도 수명씩 바뀌어 선수들이 제대로 기술훈련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또 수시로 찾아오는 협회이사들도「체조인 출신답게」서로 다른 주문을 해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해가 안 간다.

<상주지도는 힘들어>
-앞으로 계획은.
▲체조협회가 1년간 지도를 요청했으나 줄곧 한국에 나와있기는 힘들고 프로그램을 세워 가끔씩 들르면서 지도할 계획이다. 이번 겨울에 다시 한국에 온다.
-가르친 소감은.
▲짧은 기간이지만 어린 선수들이 잘 따라 주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 안무라든지, 기술의 연결 동작이라든지, 특히 후보로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조은진(경희여고)이 눈부신 기량향상으로 이번 북경대회에 주전으로 뛰게 돼 보람을 느낀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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