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잉크 모자라 돈도 못찍을 형편/불지가 보도한“모스크바 물자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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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요많은 1루블ㆍ50코페이카 지폐 품귀 우려/담배ㆍ성냥까지 부족… 애연가들 잇단 시위
담배와 성냥이 부족해 애연가들이 시위를 하고 잉크가 모자라 돈을 못찍을 정도로 소련의 물자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3일 프랑스의 유력일간지 리베라시옹의 모스크바발 보도에 따르면 종이돈 인쇄에 필요한 잉크가 고갈직전에 있어 앞으로 2주정도 후면 소련의 지폐발행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될 전망이다.
이는 지폐인쇄용 특수잉크 제작에 들어가는 일부 염료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은 그동안 밀린 외상값을 이유로 서방의 염료생산업체들이 대소 염료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수요가 많은 1루블과 50코페이카짜리 지폐가 「품귀」사태를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자가 부족한데도 돈 값어치는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기현상은 모스크바시에서 이미 구체적 현실로 나타나 모스크바시내 지하철 승차에 필요한 5코페이카짜리 동전의 경우 10코페이카짜리 동전과 맞바꿔지는 비정상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모스크바 지하철은 승차거리에 상관없이 5코페이카짜리 동전을 승강구에 있는 동전투입구에 넣어야 탈 수 있도록 돼있는데 지하철에 설치돼 있는 동전교환기가 제 구실을 못한지 벌써 한달 가까이 됐다는 얘기다.
모스크바 시민들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5코페이카짜리 동전을 동전교환기에 채워넣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시 당국은 우선 급한대로 레닌그라드시에 할당된 5코페이카짜리 동전을 빌려다 수요를 충족시켜 보려 애를 쓰고 있지만 쌈지돈을 빼내 주머니돈에 채워 넣는 격이어서 조만간 레닌그라드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그 책임은 수요에 맞춰 화폐발행을 제대로 못하는 소련중앙은행인 고스뱅크에 있지만 동전제작에 필요한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고스뱅크로서도 말못할 고충이 많다고 전해진다.
아무튼 이같은 연유로 모스크바 지하철역에서는 5코페이카짜리 동전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의 항의소동이 지난주부터 잇따르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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