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집안 꾸미기 가구 한쪽에 몰면 포근한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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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때아닌 가을폭우가 할퀴고 지나가 집 주위가 어수선하다. 이번 주말께 엔 온 가족이 협력해 집 안팎을 손질하면서 남아 있는 여름용품들을 정리하고 실내를 차분한 가을분위기로 바꿔 보는 것도 좋다.
실내장식전문가나 기술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마음에 드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집안 꾸미기 요령을 실내건축가 김혜원씨, 공예가 임문경씨로부터 들어본다.
실내건축가 김씨는「공간의 재정리」를 통해 가을분위기를 연출해 보라고 권유한다. 먼저 소파나 가구들은 한쪽 구석으로 몰아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도록 하라는 것.
이때 여유공간이 없는 집이나 거실이 좁아 큰 소파를 둘 수 없는 가정에서는 긴 등의자 하나정도를 창 가까운 곳에 두고 그 옆에 스탠드를 설치해「가을 독서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요 몇 년 새 인기를 끌었던 등가구소파는 따로 커버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디자인이 괜찮은 담요를 씌우거나 쿠션 몇 개를 올려 줘 찬 계절감을 없애 준다.
바닥에는 여름내 깔았던 화문석이나 대자리를 걷어 내고 헝겊매트나 카핏을 깔아 준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경우엔 최근 새롭게 선보인 카핏 타일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가로·세로 45cm 정방형의 카핏 타일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손쉽게 깔 수 있으며 손상되거나 해진 부분만 교체할 수 있어 경제적인 이점이 있다.
평당 10만∼12만원 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나 바닥전체를 깔지 않고 탁자 밑이나 거실 한켠으로만 깔 때는 그다지 큰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벽면의 재정리는 두 번째로 염두에 둬야 할 중요한 일. 새롭게 도배를 할 경우엔 전체적으로 약간 따뜻한 느낌이 드는 색깔이 좋다.
예컨대 흰 바탕에 황금색이나 오렌지색의 작은 점들이 있는 벽지는 흰색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따뜻해 가을기분을 낼수 있으며 4계절용으로도 무난하다.
새로 도배를 하지 않을 경우엔 가을을 말해 주는 그림이나 들에서 모은 갈대 등으로 벽면을 장식해 보는 것도 한 요령. 공예가 임씨는 요즘 꽃시장에 많이 나오는 꽈리·수수, 화초고추·화초호박·옥수수·연밥 등으로 벽장식을 만들어 보라고 권유한다.
서울남대문시장이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지하 꽃 상가에서 1만원 어치 정도만 사면 풍성한 수확의 계절 기분을 완연히 느낄 수 있다. 말릴 때는 직사광선을 피해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서 거꾸로 매달아 말리는 게 좋다. 흔히 단으로 둥글게 싸서 말리는데 이보다는 꽈리·앵두 등의 열매 사이사이에 조·수수·갈대를 섞어 가면서 머리 땋듯이 엮어 삼각형이나 둥근 모양으로 만들면 한층 멋진 장식품이 될 수 있다.
여름내 베란다에 내놓았던 화분 중 몇 개를 거실 안으로 들여놓으면서 푸른 화초사이로 앵두나 화초고추 등을 곁들여 액센트를 주는 것도 좋다.
커튼이나 침대커버 등은 밑바닥에 찰랑찰랑하도록 닿게 해주면 길이에서 오는 따뜻한 분위기가 난다.
가을이 깊어지면 점점 더 밤이 길어지므로 조명을 활용하면 차분하고 여유 있는 실내를 만들 수 있다. 직접조명보다는 간접조명이, 전체조명보다는 국부조명이 무르익은 가을에 어울린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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