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화제 출품방화 주제전달이 잘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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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몬트리올=이헌익 기자】정사신등 불필요한 곁가지로 인한 주제 전달의 약화, 현상·녹음 등 후반작업의 미비, 서투른 번역에 의한 불충분한 내용전달 등 이 한국 영화의 국제영화제 입상을 방해하는 대표적 취약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23일부터 9월3일까지 열린 제14회 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에 출품된『수탉』은 유니크 한 주제를 경쾌한 영상으로 처리, 주목을 끌었으나 위에 든 이유로 말미암아 입상기대가 좌절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정에서의 권위를 상실해 가는 중년 남자의 소외감을 주제로 한『수탉』은 연출의 방향이 그러한 주제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쪽으로 모아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 장면이라든가 토지를 둘러싼 주변인물의 음모 등을 삽입, 결과적으로 주제의 전달에 혼선을 빚었다는 지적이다.
심사위원중의 한 사람인 프랑스인 피에르씨는『주제가 뚜렷할수록 연출 방향이 단순·엄격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작품전체가 유기적인 룰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수탉」은 영화의 재미를 위한 몇몇 곁가지가 오히려 작품전체의 힘을 떨어뜨렸으며 이것이 결정적인 감점요인으로 작용했었다』고 밝혔다.
특히 영화 벽두 섹스에 굶주려 남편을 괴롭히는 장면은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이해하기 곤란한 설정으로 비춰져「고통받는 남편」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감독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단순한 상업용 장면으로 보여질 정도였다.
정사 신은 논리적 상황전개에 따른 이야기의 한 부분, 혹은 액센트로 강조되어야 하나 한국영화에 있어서는 정사 신이 단순하게 흥행을 노려 불필요하게 삽입 또는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
『수탉』의 경우는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나 남편의 성욕을 과장되게 자극하는 장면 등은 이러한 상업성의 발로라고 보이며 이 점이 예술성·논리성을 경연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역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관측된다.
둘째로 우리 영화가 영상의 심도가 얕고 소리가 튀는 등 후반 작업이 미숙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어 이에 대한 전문인력의 양성, 시설기자재의 구비 등도 요청된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전문지『영화예술』복간을 기념하는 좌담회에서『화질의 향상, 녹음기술의 진전 등 후반작업을 보완하자 않는 한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타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수탉』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선진적인 기술을 갖춘 다른 나라의 작품에 비해 음향·그림·색조 따위의 질이 크게 뒤떨어졌다.
이러한 기술상의 문제는 한국영화산업의 영세성에 비추어 영화계에만 맡길 수가 없기 때문에 영화진흥공사를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 등의 활성화정책이 또한 필요하다.
대사전달의 취약성은 제3세계 언어권 일반의 취약점이다.
따라서 한국어의 속뜻을 능란하게 영어 또는 불어 등으로 옮길 수 있는 전문번역가의 양성도 필요하다.
『수탉』의 경우『제기랄!』『빌어먹을!』등등의 욕설, 불만 따위의 대사가 하나같이 『Damn!』으로만 번역되어져 한국어의 다양하고도 감칠맛 나는 표현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마치 대사의 대부분이 욕설로 일관된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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