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vs 만화] 음악에 빠진 소년 '유키오'와 '이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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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든 학원이든 책걸상과 이부자리를 오가는 시계추 생활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전부라고 믿는 어른은 없다. 청소년 시절 그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는 열쇠가 반드시 교과서 안에 있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국내에 번역돼 나오고 있는 일본만화'벡'(16권까지 출간.학산문화사.각 3천원)의 주인공 소년 '유키오'에게는 음악이 그런 열쇠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전부인 줄 알던 유키오는 우연히 접한 록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어 나이 많은 형들의 밴드에 어렵사리 끼어들고, 급기야 아무도 몰랐던 자신의 소질을 발견해 나간다. 사실 학교에서 유키오는 별 볼 일 없는 소년이다. '짱'에게 찍혀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연애문제로 고민하면서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진실한 벗을 하나씩 찾아가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 과정은 음악에 문외한인 독자라도 이 만화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록의 명반들을 패러디해 그린 각 장의 표지부터 흥미를 느낄 만하다. 연습실을 빌리고 악기를 장만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무명 밴드가 어렵사리 음반을 만들고, 낯선 관객들을 온전히 음악으로 감동시키는 장면은 라이브 현장을 함께 지켜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유키오는 적대적인 상대방을 매번 음악적 재능과 솔직한 열정으로 설득해 나간다. 분량이 길어지면서 이런 일종의 대결구도가 너무 자주 거듭되는 인상도 주지만 말이다.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깊숙이 파고들어 드라마를 엮어내는 힘을 흔히 일본만화의 강점으로 꼽는데, 우리라고 이런 시도가 없을 리 없다. 천계영씨의 '오디션'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요즘 만화잡지 부킹에 연재 중인 유상진씨의 '테이크 파이브'(제1권 출간.학산문화사.3천5백원)의 주인공 '이주인'역시 음악에 빠져든 소년이다.

베이스가 치고 싶어 아버지 몰래 예고에 편입한 뒤 같은 학교 여학생들과 재즈밴드를 하게 되는 이야기다. 록음악에 대한 갈망을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벡'과는 음악장르뿐 아니라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그림체 자체가 곧잘 명랑만화풍으로 바뀌면서 익살을 떤다. 차분한 여학생이 가발만 쓰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식의 설정이 아직은 눈에 설지만 이제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할 게 많아 보인다. 슬슬 재즈의 매력을 본격적으로 만화 속에 녹여내려는 참인 데다 신인작가의 첫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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