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님은 열공' 6급 공무원들 승진시험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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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는 접어 놓고 승진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이 무려 100여명에 달한다고 경향신문이 2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이 지난달 26일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외부에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대부분 결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업무공백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지난 8월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거나 특별한 업무도 없이 4 ̄5년째 가을마다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고 있는 공무원도 있다. 4 ̄6개월 동안의 결근 기간에도 월급은 꼬박꼬박 지급된다.

오피스텔에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ㅈ씨는 "대부분의 승진 대상자들이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만 출근할 경우 되레 '왕따'를 당할 수 있어서 오피스텔을 얻었다"며 "평생을 열심히 일했는데 이번에도 (승진이) 안되면 명퇴할 생각"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해 승진한 ㅊ씨도 "시험 준비를 위한 결근은 서울시의 수십년 된 관행"이라며 "특정 과목의 경우는 1주일 2번 강의에 1백만원이 든다. 기술직의 경우는 시험 준비에만 1천만원을 쓰는 것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승진 소요 연한을 단축, 열심히 일한 공무원이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신인사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시장의 방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험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자치단체 공무원의 승진시험 부작용이 속출하자 중앙부처를 비롯해 대전.대구.광주.전남도 등 대부분의 광역단체들은 올해부터 심사로 승진자를 뽑기로 결정했다. 현재 서울시는 승진 대상의 50%를 시험으로 선발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이 같은 승진시험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전국 최초로 '승진시험 자격이수제'를 도입, 공무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광주시도 지난해까지 승진시험을 치러왔으나 올해부터 승진시험을 없애고 심사 승진제를 도입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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