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노 괴롭히는 “비 신부수출”(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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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빈민가 여성 해외에 인신매매/외국에 도착하자마자 매춘부로 팔려 나가기도
필리핀 정부가 필리핀 여성 국제중매업 전면금지에도 불구하고 국제신부 수출이 계속되고 있어 필리핀 정부가 골치를 썩고 있다.
「신부통신판매」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온 구미인 대상의 「메일 오더(통신판매)신부」는 「여성과 국가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아키노 대통령의 진두지휘에도 불구하고 근절될 기미가 없다.
원색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마닐라의 환락가 마비니지구의 엘미타거리에는 「합법! 결혼상담」「미ㆍ서독ㆍ호주 국제결혼」이란 이색 포스터가 붙어 있다.
아키노 대통령이 「메일 오더 신부금지법」에 서명한지 3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입법이 무색할 정도다. 처음에는 잠깐 주춤했지만 요즘은 다시 대담한 포스터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필리핀내의 국제중매업자들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필리핀 가정에 돈을 지불하고 중매에 응한 여성들을 해외에 팔아 넘겨 톡톡한 재미를 보아왔다.
지금까진 사진이나 비디오ㆍ편지 등에 의한 중매를 주로 해오다 아키노 대통령이 「메일 오더 신부금지법」을 선포한 다음부턴 대부분 맞선 방식으로 바뀌었다.
중매에 따른 모든 비용은 의뢰한 외국 남성측이 부담하며 필리핀 여성은 상세한 신상카드를 작성해야 한다.
신상카드에는 학력ㆍ가족관계는 물론 흡연ㆍ음주여부,성경험 및 결혼 여부,자녀유무 등 매우 상세한 부분까지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또한 전신사진에는 되도록 티셔츠나 청바지 차림은 피하도록 하고 있다.
구미인들은 정숙한 동양인을 선호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구미의 제휴업자들로부터 보내온 남성고객수는 평균 한 업체에 3백명이 넘고 미국ㆍ서독 호주의 30∼40대 남성이 주류를 이룬다.
대통령부 직속기관인 「필리핀 해외노동자위원회」에 따르면 통신신부 알선업은 70년대에 본격화돼 80년대에 폭발적으로 급증,현재 마닐라에만 2백개소가 넘는다.
필리핀 비정부조직 「카이비간」(친구)이 조사한 중매알선 광고의 내용은 매우 선정적이다.
『세계제일의 섹시한 여성을 비행기편으로』(호주),『비록 당신이 다섯번의 결혼경험이 있어도,22명의 자녀가 있어도 관계없다』는 등 노골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
이렇게 성사된 국제결혼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이국에 도착하는 순간 매춘부로 팔려가는가 하면 상대가 약물중독자나 금치산자인 경우도 있다. 심지어 살인사건에 휘말려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록 「메일 오더 신부법」은 위반한 중개업자나 광고담당업체를 실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으나 감시 감독이 매우 어렵다. 이들 업자들은 점조직으로 입에 입을 통한 홍보를 계속하고 있으며 광고규제의 손길도 해외에까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기관에서도 감시 감독의 직접책임을 질 전담부서가 모호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중순 중부 필리핀의 도시 세부에서 미국인업자 한사람이 체포된 것을 제외하곤 한 건의 위반사례도 적발하지 못했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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