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장원 뽑힌 허열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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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교 다닐 때는 좋은 시 서너편씩은 달달 외고 다녔죠. 여학생들은 시집에 으레 클로버 잎사귀를 끼워넣어 가지고 다녔고요."

중앙시조백일장 10월 장원에 뽑힌 허열웅(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씨는 '좋았던 옛날' 얘기부터 꺼냈다. 반면 "요즘 시들은 너무 어렵고 길어졌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특히 "어떤 시들은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형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예전 김소월 시집이나 릴케 시집처럼 애송 시집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시조가 허씨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율격을 갖춘 짧은 글에 시인의 감정을 농축했으면서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허씨는 틈틈이 시조를 독학해 왔다. 1999년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에서 정년퇴임하고 나서 여유가 생긴 허씨는 조금 더 열심히 시조를 써보게 됐다. 특별히 시조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학창시절부터 관심을 놓지 않고 창작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왔기 때문에 독학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허씨는 "영화 '아마데우스'에는 '신은 나에게 갈망만 주고 재능은 주지 않았다'는 대사가 나온다. 보잘 것 없는 글재주가 부끄러웠는데 시조 백일장 첫 투고에 장원상을 받게 돼 자신감을 얻었다"며 "앞으로 등단까지 하게 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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