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권 개방되자 역사 탐험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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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공산권문호가 열리면서 중국·몽골 등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역사의 현장들을 직접 우리 손으로 다루는 대형TV특집 물 제작이 활발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MBC의 『실크로드를 가다』와 KBS의 『몽골특집』·일본 등 외국TV를 통해 간간이 소개된 내용이긴 하지만 우리 나름의 시각으로 현지주민들의 생생한 삶과 우리민족의 발자취를 더듬어간다는데 두 프로의 공통점이 있다.
흔히 낙타에 향료·비단 등을 잔뜩 싣고 사막이나 초원을 횡단하는 대상행렬을 생각하게 마련인 실크로드의 참모습을 캐내기 위해 MBC-TV가 현지촬영에 들어간 것은 지난 7월. 사막·해상·초원길의 세 방향으로 나뉘어 걸쳐질 이번 탐사 중 첫 번째인 사막행 6천km를 45일 동안에 마치고 지난달 말 돌아온 제작팀은 올 연말 방송을 앞두고 마무리작업에 열을 쏟고 있다.
84년 일본 NHK-TV에서 만든 『실크로드』가 국내에 방영되며 식자층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당시 내용이 현지실정과 동떨어진 면이 많은데다 실크로드를 바라보는 입장 등에서 우리와는 큰 차이를 나타낸 게 이번 제작의 배경.
『실크로드는 결코 낭만적인 역사의 흔적이 아닙니다. 정착민족인 중국한족과 흉노·투르크·몽골 등 유목민족 사이의 투쟁으로 점철된 역사의 상징적 현장이며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산맥과 사막·분지로 둘러싸인 척박한 땅에서 그래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유일한 통상로 이자 영토확장과도 맞물려있어 유목민족의 생사를 가름하는 수단이었다고 취재단의 일원인 윤영무 기자(34)는 그 중요성을 설명한다.
이번 탐사에서 가장 값진 것은 중국변방의 신강성 자치구와 돈황 등에서 마주친 한국인들의 생활상을 화면에 담을 수 있었던 것.
소련 내 한국인 강제이주 때 이곳까지 오게된 선조들의 후예로 예의 부지런함을 살려 모두들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제작진은 전해주었다.
발해만에서 중국의 서쪽 끝인 투르판 지역으로 옮겨간 고구려유민들이 지배 계층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 이스타나 고분을 화면에 담을 수 있었던 것도 개가 중의 하나. 이 고분은 고선지 장군의 후손이 묻힌 곳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탐사는 유네스코가 세계각국의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벌이는 답사에 일본 아사히·중국 국영CC-TV 등과 공동참여형식으로 이뤄져 해상편은 10월, 초원편은 내년 4월께 자체제작에 나설 계획.
지난달 말 몽골에 불고있는 민족·민주주의운동을 첫 자유총선 장면과 더불어 내보낸 KBS는 몽골역사·문화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특집을 마련중이다.
말타기·활쏘기·씨름판이 벌어지는 몽골 최대축제 「나담」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관혼상제 등 우리와 비슷한 풍습·생활상을 재조명, 우리민족의 근원을 찾는 시도를 여러 각도에서 해본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
지난해부터 20여 차례에 걸친 취재협조요청이 번번이 거절당하는 등 어려움 끝에 최근의 화해분위기에 힘입어 스포츠가 아닌 본격 취재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몽골취재가 결실을 맺게된 셈.
무엇보다 오르콘 강변에 있는 비문에서 고구려 등과의 교류관계를 알리는 내용이 일반에는 처음 공개될 것으로 알러져 이번 특집제작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크다고 제작간부들은 다소 상기돼있다.
우리의 고대국가 활동영역과 당시 동북아시아의 세력판도에 중요자료가 될 비문과 칭기즈칸 복권운동 등 몽골의 이모저모를 살핀 이 특징은 빠르면 10월께 50분짜리 두 편으로 나둬 방송될 예정.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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