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법 체계 우리 손으로 정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해방이후 40여년간 북한통치 및 행정체제의 실상을 살펴볼 수 있는 『북한법령집』전5권 중 제1권이 재단법인 대륙연구소(회장 장덕진)에서 출간됐다.
2백자원고지 3만장분량의 방대한 규모인 이 『북한법령집』에는 북한에 정권기구로서의 북조선인민위원회가 들어선 1945년8월 이후 제정되거나 보충돼온 법령 1천1백95건과 자료 총2천7백2건이 수록됐으며 제1권에 이어 오는 10일까지는 나머지 2∼5권이 모두 완간될 예정이다.
『북한법령집』은 북한사회구조의 뼈대를 이루고있는 법령의 실상을 통해 통치체제의 근간을 살펴 볼 수 있고 북한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초자료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북한에서조차 제대로 정비돼있지 않은 법체계를 남한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 자료집이라는 데서 큰 의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이 『북한법령집』발간을 위해 편찬위원을 비롯한 관련연구팀은 2년에 걸쳐 북한문제를 다루는 국내 각급 정부기관과 각 대학 북한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발행의 신문·연감·교과서·공보 및 북한방송 청취기록을 빠짐없이 섭렵했고 또 조총련이 설립·운영하고있는 조선대학과 일본 대학연구기관들이 보유하고있는 각종 북한간행물들을 수집했다. 중국의 북경대학·연변대학, 소련의 모스크바대학 등에도 연구팀을 파견해 자료를 모았다.
이번에 출간된 『북한법령집』제1권에는 총15편으로 분류한 법령 중 헌법, 법원·법무, 행정일반, 지방행정, 치안, 군사 등6개 분야를 실었다. 헌법 편에는 48년9월8일 북한헌법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그후 여러 차례에 걸친 개정내용들이 실려있어 북한헌법의 변천사를 한눈에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곧이어 출간될 제2권에는 재정·금융, 농림·수산, 제3권에는 양정, 산업·건설·상업, 교통·체신, 제4권에는 교육·문화· 과학, 노동, 보건·사회, 사법분야의 법령자료를 수록하게 되며 제5권은 부록으로 노동당강령, 각종테제, 경제계획, 예산·결산 등에 관한 각종자료를 담게된다.
이번의 『북한법령집』편찬에는 70년대 초 고대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북한법령집 편찬에 종사했던 정경모씨 (세종연구소 사무처장)를 비롯해 최달곤(고대법대학장)·김남식(평화연구소 연구원)·허경(연대 법대 교수)·신영호(단대 법대 교수)·박승기(전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이병석씨(대륙연구소 이사)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북한법령집』은 북한사회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이 평가돼 이미 미국 미네소타대학과 일본 가제출판사에서도 각각 영· 일어 판을 출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교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