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당겨진 코드 개각…열린우리 "당·청 불화 커질 것 같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임위별 국정감사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의 외교안보 부처장 내정 소식에 열린우리당은 대체로 불만이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인사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에서 뭐라 언급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 사이에선 "글쎄"라는 반응이 많았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미 동맹이 흐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간첩단 의혹 사건'을 놓고 김승규 국정원장과 청와대의 대립설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당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불만이었다.

이날 김한길 원내대표는 위기관리용 개각을 요구하며, 대통령은 안보.경제의 국정 현안에만 집중하고 정계개편 논의에서는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 개각 구도에 여당의 입장이 일부라도 반영되는 모양새를 취해 달라는 내심과, 이후 정계개편을 당이 주도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전임자의 색깔을 강화하는 인사들을 유력자로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일부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반발 기류는 외교부 장관과 국정원장 후보 유력자에게 주로 집중됐다.

당 지도부의 다른 핵심 인사는 "이번 개각을 보니 당과 청와대의 불화가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김만복 국정원 1차장이 국정원장에 내정됐다는 보도에 "말도 안 되는 인사다.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답을 끊었다.

◆"안보를 포기한 인사"=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번 인사는 민의를 짓밟은 오기 독선 인사의 결정판"이라며 "안보 강화가 아니라 안보를 포기한 인사"라고 비난했다. 나 대변인은 "송민순 외교부 장관 카드는 대북정책 실패를 책임질 사람을 영전시키고 한.미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김만복 국정원장 인사는 간첩단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번 인사로 노 대통령은 국민은 물론 집권당에서도 외면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채병건.서승욱 기자 <mfemc@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