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 '곰·호랑이 신화' 그리고 진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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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①첫 번째. 단군왕검의 아버지인 환웅천왕은 태백산을 자신이 나라를 지을 터로 정했다. 이것으로 보면 옛날에 나라를 세웠던 사람은 터를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터를 잘못 잡으면 왕은 물론이고 백성까지 고생한다.

<나>②예를 들어 옛날에 고구려에 유리가 오자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고구려를 떠난 비류와 온조. 온조는 강이 가깝고 농사짓기에 알맞은 땅을 터로 정했으나 비류는 해변을 터로 정하여 백성들은 마실 물이 없고 농사가 되지 않아 백성들이 죽어나자 비류는 온조의 나라에 백성들을 두고 병으로 죽는다.

<다>①-1두 번째. 환인은 환웅이 떠날 때 거울과 방울, 그리고 칼을 주었다. ③이것으로 왕이 자신의 생활을 올바르지 못하게 하고 사치에 빠지면 안 되며 왕은 언제나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우려야 하고 간신들의 의견에 백성을 무시하면 안 되고 다른 나라의 침략에서 자신의 백성과 나라를 온전하게 지키는 것이 정말 큰 할일 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①-2세 번째. ④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 이것은 그냥 신화일 뿐이고 진실은 환웅의 고조선이 넓어지고 강해지자 주변의 작은 부족 중 곰을 신으로 받들던 부족은 빨리 투항을 했으나 호랑이를 부족의 신으로 모시던 부족은 고조선과의 결합을 원치 않다가 나중에 어쩔 수 없이 투항했다고 한다.⑤(사실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양해 구합니다.) 이것으로 보아 작은 부족들은 큰 부족에게 투항하는 것이 그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었고 만약 부족장이 원하지 않아도 부족 인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⑥투항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총평.첨삭

논리력 좋지만 완성도 떨어져

우리 신화에 담긴 조상들의 풍습과 정신을 분석하라는 논제의 의도를 잘 파악했다. 특히 <다>와 <라>는 신화와 (가능한 역사적) 사실을 잘 구분한 추론논리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250자 정도의 분량 초과, 거친 문장, 논제와 조금 엇나간 <가>와 <나> 등이 전체적으로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논술에서 근거를 질서정연하게 나열하고 싶을 때 '첫 번째, 두 번째…'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①은 앞에 주장이 없어 뜬금없다. ①과 ①-1, ①-2는 모두 없는 게 낫다. ②는 "~비류와 온조를 보자"란 식으로 문장을 확실하게 끝맺어야 한다. 너무 긴 ③은 의미전달이 잘 안 된다. 또한 천부인 세 개가 지니는 각각의 신화적 의미를 따로 분석해야 글이 분명해진다. 거울은 성찰할 줄 아는 왕의 겸허함, 칼은 백성을 지키는 국력, 방울은 왕의 소리(국법) 등으로 말이다.

문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서 ④는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는 신화일 뿐이다"로 써야 한다. 자신의 글쓰기 사정이 날것으로 드러난 ⑤는 논술 금기다. 갑자기 존경어미로 끝낸 ⑥은 "~알 수 있다"로 고쳐야 글말 투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명금희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

*** 초등논술방이 다음 회부터는 격주로 운영됩니다.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초등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30명을 골라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강사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 다음 주제=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사상 돼지머리에 1만원짜리 지폐를 꽂고 소원을 빌어 본 경험이 많이 있지요. 그런데 '사회(5학년)' 책 속에선 고사 때문에 학생회와 기독교단체가 서로 갈등을 벌이고 있네요. 어느 쪽 입장이 타당한지, 찬반 토론식으로 논술하시오. (600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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