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 어떻게 될까(남북 총리회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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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지못해 서울 오는 북한/거부 트집 안잡히게 최선/경협통해 실질교류 물꼬 터야
4일부터 서울에서는 열리는 제1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남북단계는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를 계속해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관심사다.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남북간 신뢰구축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대화원칙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다 해도 북한이 대남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진전은 어렵다.
현재까지 드러난 태도로 보아 북한은 이번 회담을 선전적 차원에서 이용하려 할 뿐 실질적 관계진전에는 소극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 마지못해 응했지만 그 목적은 우리의 단독 유엔가입을 저지하고 주한미군과 핵무기문제를 부각시킨다는 게 북한의 전략인 듯하다.
이번 회담은 분단후 첫 남북총리간의 공식대좌로서 북한이 우리 당국을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30일 남북 고위급회담에 관해 명단과 신변안전보장각서를 교환,모든 실무문제를 마무리지은 다음날에 또다시 우리 당국을 인정치 않으려는 태도를 노출했다.
북한은 31일 당기관지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한국정부를 「미제의 식민지 괴뢰정권」이라고 비방하고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이 변화하지 않고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보장은 물론 통일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남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대남정책이 아직도 북한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1차 회담을 선전전의 차원에서만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많으며 그렇게 되면 10월16일부터 4일간 평양에서 열기로 남북한이 합의한 제2차 고위급회담의 성사여부에도 어느 정도 의문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평양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여곡절끝에 1차회담이 성사된 만큼 2차 평양회담도 무산되지 않도록 북한측에 꼬투리를 잡힐 계기를 주지 않는다면 북측도 평양회담까지는 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차 회담이 탐색전으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면 2차 회담에선 구체적 절충을 시작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우리측은 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은 곧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북한측이 평양회담을 열어 남한의 대규모 대표단을 받아들일는지의 여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이번에 서울을 방문하는 북측 대표단 90명이 『호텔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도 관광과 시찰을 통해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평양회담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그러나 남북당국간의 대화통로 유지와 이를 통한 점진적 남북 관계개선은 이제 탐색적 단계에 불과하나 장기적인 전망은 어둡지만도 않다는 게 관계기관의 지배적 관측이다.
그것은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이 개방과 대외협력이외의 방법으로는 타개가능성이 없으며 대외교류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두만강변의 합산도지구에 경제특구를 설치키로 했고 평양 유경호텔에 홍콩 화림공사를 합영형식으로 참여시키기로 한 것은 부분적이라도 경제개방을 안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마카오의 화림공사에 비자발급업무를 대행토록 한 것과 95년 동계올림픽을 백두산에서 치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관광수입 확보책이기도 하다.
1,2차 고위급회담에서 우리는 남북 직교역 합작투자등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북한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방침이다.
통일전선 형성을 통한 대남 혁명전략의 성공가망이 도저히 없는 현실을 북한이 인정하면 장기적으로는 우리측과의 점진적인 관계개선ㆍ경제협력을 통해 과도한 국방비 부담과 경제난을 줄여나가는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평양회담의 성사가능성은 커지며 남북간 실질적 교류 의문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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