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장이 이럴 수 있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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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간첩단 사건' 수사에 청와대 내 386 출신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자 곤혹감과 함께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윤태영 대변인은 30일 오전 "국정원장의 사의 표명이나 간첩 사건과 관련,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대변인은 "(압력설은)한 마디로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오후에는 홍보수석실 명의로 청와대 브리핑에 "사실도, 인과 관계도 무시한 '의혹 부풀리기'"라는 글을 올려 국정원장 사의 표명을 둘러싼 세간의 음모론을 거칠게 반박했다.

청와대는 또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 조치까지 거론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윤 대변인은 "청와대도 나름대로 대응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병완 비서실장이 주재한 일일상황 점검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의를 표명한 김승규 국정원장은 전날(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압력설을 분명하게 부인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파문이 확산되자 청와대 내부에선 "아무리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나 국가 정보기관의 장이 이럴 수 있느냐"며 격앙된 기류가 흘렀다. 더구나 후임 국정원장 임명을 놓고 김 원장이 "코드를 맞출 우려가 있다" "국정원 내부(인사) 발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하는 바람에 권력기관 내부 갈등설까지 제기되는 데 대해 허탈해하고 있다.

윤 대변인은 "이 정부는 국정원과 검찰의 수사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왔다"며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수사하는 만큼 청와대가 (수사와 관련해) 말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에서 '간첩 사건의 마무리를 김 원장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후임 원장 인사청문회 때까지 김 원장이 원장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홍보수석실의 언론 공격=홍보수석실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과 야당의 음모론적 상상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

"일부 정치언론이 '카더라'식 보도로 지면의 대부분을 장식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당이 (이를) 받아서 정치공세의 소재로 활용된다. … 정치언론은 청와대의 '젊은 참모'가 누군지, 국정원이 수사하는 사건이 청와대에 왜, 어떻게 불똥이 튀는지 최소한의 기본 사실조차도 밝히지 않고 있다. … 수사 시작 단계에서 국정원장을 교체해 수사를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주장은 사실 보도를 포기한 음모론 식 언론 보도의 백미다. … 국정원장도 자신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세간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지 않은가. "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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