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언론인은 출국못한다”위협/유화­긴장 여전한 중동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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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파트 뒤져 서구인 붙잡아가/발트하임 “기회주의자”구설수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케야르 유엔사무총장 중재의 회담에 응하는 등 타협의 자세를 보이는 가운데도 이라크내에서 취재활동중인 외국기자들의 출국을 허용치 않겠다는 강경자세를 보이는 등 이라크의 화전 양면작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라크는 이와 함께 만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자국에 대한 공격에 대비,인질확보를 위해 특히 쿠웨이트안에 있는 외국인 체포에 나서는 한편 현지인들이 외국인들을 숨겨주었다 발각될 경우 사형에 처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한편 서방국 원수로는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자국인질과 함께 출국했던 발트하임 오스트리아대통령은 유럽의 단결을 해치는 인물로 유럽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이라크는 자국내에 있는 50여명의 외국언론인들을 출국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서독의 ZDF­TV가 27일 보도.
이 방송은 바그다드 특파원의 말을 인용,이라크당국이 외국언론인들에게 대해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라크에 억류중인 수명의 영국인들이 27일 이라크 TV의 게스트뉴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병원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은 얼마전 아들을 낳았다며 영국의 가족들에게 『잘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국 인질들만 구출”
○…이라크를 직접 방문,95명의 자국 인질과 함께 귀국해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던 발트하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유럽 각국 언론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ㆍ서독ㆍ영국ㆍ벨기에ㆍ이탈리아등 주요 서유럽언론들은 일제히 발트하임대통령의 행동을 유럽의 단결을 해치는 「개별행동」으로 지적하면서 「유럽의 명예」를 훼손시켰으며 「기회주의적」행동으로 규탄하고 나섰다.
서독 쥐드도이치 자이퉁지는 발트하임대통령의 행동을 「비열한 성공」으로 비난했으며 이탈리아와 벨기에 외무장관은 유럽의 단결을 저해하는 유감된 처사로 비판하고 나섰다.
발트하임대통령은 서방 각국이 일치단결해 이라크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그다드로 후세인대통령을 방문함으로써 후세인대통령의 선전작전에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대 이라크제재를 둘러싸고 「서방이 분열될 수 있다」는 착각을 그에게 심어줬다는 것이 비난의 골자.
한편 쿠웨이트 난민들은 저항세력들이 이라크군 병사들을 살해하고 시설을 파괴하는 등 끊임없이 이라크군을 괴롭히고 있으며 국외망명세력들도 이라크의 침공에 저항하기 위한 무장병력을 조직,훈련시키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식료품부족 큰 혼란
○…이라크에 점령된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의 서방 외국인 「사냥」이 한창이라고 요르단으로 탈출해온 쿠웨이트 난민들이 전하고 있다.
27일 요르단으로 빠져나온 필리핀 출신 기술자는 지난 24일 쿠웨이트를 떠나 탈출길에 오르기전 중무장한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의 살미야지구에 들이닥쳐 아파트 가가호호를 포위한채 서방 외국인들 수색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 기술자는 또 이라크의 점령이 3주일을 넘긴 현재 쿠웨이트에 식료품과 현금부족으로 인한 혼란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라크 방해전파 발사
○…이라크는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서방라디오를 전파방해하고 있으며 방송사들은 이에 대항,전파전에서 바그다드측을 누르기 위해 방송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과 미국의 VOA 방송은 이라크측이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송출되는 아랍어 방송을 전파방해하고 있다고 공개.
BBC측은 지난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 아랍어 방송시간을 늘리고 있으며 전파방해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횟수 또한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카타르,외국군 허용
○…카타르는 27일 페르시아만 국가로서는 5번째로 외국군의 국내주둔을 허용.
카타르 국영 QNA통신은 이날 내각 및 자문위원회가 페르시아만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합동회의를 열고 우방군의 국내주둔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두시간전 침공 귀띔
○…이집트는 지난 2일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국경을 넘어 침공하기 적어도 두시간전에 쿠웨이트의 알 사바 왕가에 정보를 제공,대부분의 왕족 및 각료들이 사우디와 바레인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고 요르단 타임스지가 27일 보도.
이 신문은 당시 쿠웨이트 다스만궁에 있었던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정보가 알 사바 왕가에 전달된 것은 0시10분이었고 이라크군 규모가 엄청나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이집트측이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이에 수라장이 된 왕궁에서는 서둘러 짐을 꾸려 리무진편으로 사우디 국경쪽으로 떠났는데 앞의 몇대에는 왕가의 여자들이,그 뒤에는 왕과 왕자들,그리고 적어도 4명의 각료들이 탄 리무진행렬이 뒤따랐고 황태자이자 총리인 알 사바는 별도로 출발,사우디 국경쪽에서 합류한 뒤 모두 육로를 통해 사우디로 들어갔다는 것이다.<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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