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붉은 악마에 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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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마'와 모레노는 지금도 끔찍한 기억이다. "

28일 개막하는 피스퀸컵 국제여자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온 이탈리아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 피에트로 게딘(54.사진)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 수석코치였다. 게딘 감독은 2002년 한국과의 16강전에 대해 물어보자 "다 끝난 일"이라며 괴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패인으로 ▶홈팀의 응원▶심판 판정▶수비 실수를 들었다. 게딘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과 함성은 보기 드문 것이었다. 홈팀과의 경기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당시 바이런 모레노 주심에 대해서는 "모레노는 전체적으로 심판을 잘 봤다. 하지만 한국이 모레노의 덕을 본 것은 사실"이라며 오프사이드 판정과 프란체스코 토티의 퇴장을 꼽았다. 안정환의 골든골 장면에서는 "수비수가 한걸음 앞서 나와서 점프했어야 했다"며 수비의 실수였음을 지적했다.

토티가 퇴장당할 때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이 벤치 유리벽을 치자 어깨를 으쓱하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힌 게딘 감독은 "경기 후엔 무척 화가 났지만 '월드컵을 망쳤다'며 자책하는 선수들에게 질책을 할 수도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독일 월드컵 한국-토고전을 TV로 봤다. 2002년 때처럼 이번에도 많이 성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파워와 수비가 그랬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여자)인 이탈리아는 다음 달 1일 한국(22위)과 피스퀸컵 조별리그 경기를 가진다. 게딘은 "솔직히 한국팀에 대해 잘 모른다. 일본은 대단한 팀인데 일본과의 최근 전적이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2위)을 비롯한 세계 여자축구 강호 8개국이 출전하는 피스퀸컵은 28일 한국-브라질(서울월드컵경기장.MBC 중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8일간 전국 6개 도시에서 벌어진다.

글=이충형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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