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아랍세력 “반미”엔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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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군에 메카 짓밟히게 못한다” 공동투쟁/쿠웨이트 합병반대자도 「미파병」 거부감
분열과 대립을 거듭해온 아랍각국내 정치세력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제국주의」및 「신식민주의」에 대한 공동투쟁을 목표로 급속히 단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요르단내 이슬람 정치세력인 회교도 형제주의당을 비롯,범아랍민족주의세력,공산당등 좌파세력,자유주의 그룹등 요르단의 각 정치세력인 회교도 형제주의당을 비롯,범아랍민족주의세력,공산당등 좌파세력,자유주의그룹등 요르단의 각 정치세력 대표들은 지난주말 모임을 갖고 미국의 무력개입에 반대하는 각종 집회및 시위를 공동지원키로 결의했다.
회교정치세력과 비회교세력,민족주의와 자유주의세력,좌파와 우파등으로 분열돼 대립과 반목을 거듭해온 요르단의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당연합을 결성키로 한 것은 1946년 요르단 왕국 건국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두 정치세력간의 대립으로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온 알제리의 경우에도 이번 사태로 정치적 긴장완화의 좋은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알제리의 양대정치세력인 이슬람 구국전선(ISF)과 알제리 해방전선당(ALF)이 아랍의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제국주의적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배격하는데 공동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번 사태 진전여하에 따라 두 정당간의 부분적 연대가능성까지도 엿보이게 하고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ㆍ합병을 둘러싸고 당초 뚜렷한 입장차를 보여온 아랍권내 각 정치세력들이 이같은 공동전선을 모색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미국의 무력개입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점령을 범아랍민족주의자들은 미국의 통제하에 놓여 있는 친미정권의 붕괴에 따른 범아랍통일가능성의 증대로 받아들이며 이를 반기는 입장을 보인데 반해 이슬람정치세력들은 무력을 통한 이라크의 쿠웨이트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파병을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일변했다는 지적이다. 요르단의 한 정치분석가는 『미국의 파병결정으로 페르시아만사태는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문제에서 이슬람에 대한 신십자군의 문제로 일변했다』고 지적하고 『그 결과는 이념적ㆍ종교적 차이에 관계없이 아랍의 모든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어 미국이란 공동의 적에 대항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슬람정치세력은 미군파병을 요청한 사우디의 파드왕을 「배교자」로 비난하면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데 이어 메카와 메니다까지 미군군화에 짓밟히게 할 수는 없다며 미국의 무력개입에 강력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분열과 대립을 특징으로 해온 아랍 정치세력간의 이같은 연대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과 이라크간의 군사적 대결이 현실화될 경우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이슬람과 비이슬람정치세력의 연대는 아랍내 친미정권에 대한 대중봉기 가능성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게 이곳 분석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암만=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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