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과주말을] 세상 상처 보듬는 맑은 영혼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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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랑은 외로운 투쟁
이해인 지음, 마음산책
220쪽, 1만원

"저는 지금 참 행복해요" 이해인 수녀는 이렇게 적었다. 몇 해 전 환갑을 넘겼지만 여전히 소녀다운 맑은 기운이 가득하다. 세월의 그늘을 뛰어넘은 이 평온함의 비결이 궁금하다면, 혹은 이해인 수녀처럼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면 그 조근조근한 말소리에 귀기울일 일이다.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에요. 양보하고 손해 보는 어리석음의 용기없이 참사랑은 불가능하지요. 사랑이 요구하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늘 외로울 준비가 되어있다면 우리는 좀 더 빨리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은 지은이가 여러 해 동안 벗에게 보낸 편지를 월별로 묶은 것이다. 수도자 지망생, 문학소녀, 아기 엄마, 사형수에 이르기까지 그의 벗들은 참 다양하다. 그래서일까. 이 편지들에는 세상 모든 벗을 향한 위로와 치유, 사랑이 담겨 있다.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밝게 웃고 더 넓게 용서하자'는 조용한 권유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스로 이름 붙인 각 달의 이름도 참 곱다. 가는 10월은 '가을 하늘처럼 맑고 고운 말을 찾아 쓰는 달', 오는 11월은 '죽음과 이별을 묵상하는 순례자가 되는 달' 이다. 맑고 고운 글을 읽으며 이 가을을 보내고픈 이에게 선물하고픈 책이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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