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오대산 관리사무소-김영기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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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립공원 오대산 관리사무소 김영기 소장 (44)은 요즘 쓰레기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뒤치다꺼리에 손이 10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피크 때는 소금강까지 포함, 하루 2만5천명 이상의 피서객들이 몰렸죠. 쓰레기도 하루 4·5t트럭으로 10대 분량이 나왔습니다. 등산로까지 합치면 아마 15대 분량은 될 겁니다』.
일용 고용직 청소원 16명으로는 쌓이는 쓰레기를 감당 못해 사무소 직원 15명까지 합세해 밤새워 수거 작업을 펴고 있으나 버리는 사람들을 당하지는 못한단다.
『국립공원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공유의 재산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 유원지와는 다릅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들이 유원지로 착각하고 고성방가에다 방뇨, 심지어 계곡 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까지 하는가 하면 희귀 식물까지 마구 채집해 훼손이 심각한 상태라고 안타까워한다.
단국대 ROTC 9기생인 김 소장은 8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창설되면서 공채 1기로 입사, 내장산을 거쳐 지난 4월 오대산으로 부임했다.
부임하자마자 오대산 전역에 산나물 채취를 금지, 나물 캐서 먹고 사는 사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보호가 우선」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자연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되돌려 줍니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반드시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연 보호에 국민 스스로가 앞장서야 합니다.』 글 정재헌 기자 사진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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