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뿐인 종합과학기술 심의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과학기술진흥법에 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종합계획과 각 부처의 과학기술에 관한 주요업무를 심의 조정하기 위한 종합과학기술 심의회(의장 국무총리)를 두도록 돼 있으나 83년 6월 이후 한번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업무는 그 속성상 많은 부처가 관련돼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국가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 아래 한정된 국가과학기술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업무를 정부차원에서 종합 조정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종합조정기능의 공백으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투자의 비효율성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심의회의 심의나 조정을 거치지 않고 부처별로 발표된 그 동안의 각종 관련계획들은 법 절차를 무시한 「졸속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과기처는 이 심의회의 구성을 보강해 실효성 있는 운영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 관련규정을 개정해 금년 말까지는 제1회 심의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과기처 장수영 정책기획관도 『국가 전체적으로 과학기술 투자규모가 대폭 확대됐고 지금까지 과기처가 거의 일원화해 수행해 오던 과학기술관련업무가 최근 각 부처로 다원화되면서 투자의 중복을 방지하거나 추진하는 사업의 종합과 부처간 협조를 유지하는 기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의회는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경제기획원·내무·재무·국방·문교·농림수산·상공·동자·건설·보사·노동·교통·체신·과기처 장관 등 위원 16명으로 구성하고 총괄조정위원회(위원장 과기처 연구개발조정실장·기획원 차관보)와 기초과학·기계 등 10개 분야별 전문분과회를 두도록 돼 있다.
심의회의 기능은 ▲과학기술진흥에 관한 종합계획수립과 인력개발 등 주요정책의 조정 ▲과학기술예산의 종합조정 ▲중요 연구과제의 우선 순위 결정 ▲기술협정·기술개발·자원개발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조정하는 것 등이다.
심의회는 73년 7월 첫 회의를 열어 대덕연구학원도시건설계획을 심의한 이후 83년 6월의 국가연구개발계획심의에 이르기까지 10년간 네 차례만 열렸을 뿐이며 그후 한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
과기처의 개편 안에 따르면 심의회 위원으로 환경처장관과 과기 자문회의위원장을 포함시키고 총괄 조정위를 연구개발조정위원회(위원장 과기처장관)로 개편하며 각 부처가 추천한 1∼3급 공무원으로 구성되던 위원들을 20명 정도의 관련전문가로 구성해 전문성과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또 조정·심의결과는 사업의 추진이나 예산편성, 제도개선 등에 준수·반영되도록 예산회계법(과학기술관련 예산편성의 심의회 선심조항신설), 국무회의 규정 등 관계법규의 개정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참여국무위원이 너무 많아 국무회의와 별도로 개최하는데 대한 타당성이 문제시되고 있으며 심의결과에 대한 보장장치 마련 과정에서 기득권을 주장하는 관련부처의 심한 반발이 예상되기도 해 국가차원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