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딴전 교류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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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족대교류 북 거부/판문점대회 남 불허/선별 방북도 끝내 물거품
남북간 인적 교류의 벽은 여전히 높다.
8ㆍ15를 전후해 남북한 쌍방이 경쟁적으로 제의한 교류는 선전전의 차원에서 맴돌 뿐 실질교류는 서로 기피. 인적 교류는 무산되고 말았다.
우리측이 제의한 「민족대교류」는 북한이 거부했으며 북한이 주장하는 「판문점 범민족대회」는 우리측이 참가불허의사를 밝혔다. 「민족대교류」는 우리측이 6만1천여명의 방북희망자를 접수해 지난 9,10,11일 세차례에 걸쳐 상호 상대지역 방문희망자명단을 교환하자고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 명단을 받으러 오지도 않았다.
북한측은 지난 10일 ▲임수경 위문단의 임양ㆍ문익환목사ㆍ문규현신부 직접면담을 허용하고 ▲전민련ㆍ전대협대표의 범민족대회 참가를 보장하며 ▲국가보안법을 철폐한다면 우리 정부의 방북 신청자명단 접수요청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통보했다.
수감된 사람의 직접면담이나 국가보안법 철폐등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명단접수 거부의도를 명백히 한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는 「판문점 범민족대회」에 대해 특정단체만의 참가는 허용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남은 것은 북측 임양 위문단의 방한문제와 북측이 방송을 통해 초청한 일부 재야단체인사들의 방북 실현여부나 이마저 북이 거부하고 만 것이다.
북한은 50명의 임양 위문단을 14일 판문점을 통해 우리측에 보낸다고 통보했었다.
우리측은 위문단의 방문과 임양 가족및 변호인단과의 면담은 허용되나 임양 본인에 대한 면회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연형묵총리는 지난 9일 대남 전통문을 통해 우리측이 재소자 면회를 불허하겠다고 밝힌 것은 위문단 파견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양 위문단의 파견을 우리가 거부했다고 북측이 주장하는 것은 14일에 임양 위문단을 판문점에 안보내거나,보내더라도 임양등에 대한 면회보장을 조건으로 내세워 판문점을 통과하지 않는 이유로 삼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상 임양 위문단을 보내지 않을 생각인 듯하다.
이에따라 유일하게 방북 성사가능성이 있는 것은 북한측이 방송을 통해 초청의사를 밝힌 ▲전민련 ▲서울지역 총학생회연합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민중당과 이에 동행할 취재기자단 뿐이다.
홍성철통일원장관은 12일 오후 성명을 통해 이들의 명단을 전달하고 북한측으로부터 신변안전보장각서를 접수하기 위해 13일 오후에 쌍방 당국자간 연락관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재야인사만의 선별 방북도 정부가 허용할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 기회에 민족대교류 선언의 일부라도 반드시 실현시켜 남북교류의 물꼬를 터보자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재야인사만의 선별방북이 이뤄지게 되면 이들이 북한을 방문한 뒤 귀로에 판문점 북측지역을 방문,8ㆍ15 범민족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되므로 우리 정부가 불허방침을 천명한 「판문점」 범민족대회도 사실상 성사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과연 이들 재야인사만의 명단이라도 접수를 할 것인지,접수후에 그중 일부에 대해서라도 신변안전과 무사귀환을 우리 당국에 보장,실질적인 방북을 실현시킬지는 여전히 미지수였으며 북측은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측이 방북을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남북한 책임있는 당국간의 협의에 의해 신변안전과 무사귀환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북한측은 통일전선 형성논리에 따라 가능한 한 당국을 배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당국간 접촉을 한사코 회피하고 있는 것은 재야단체만의 선별적 방북조차도 꺼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방북희망 재야인사들은 ▲서총련 1천6백명 ▲범민족대회 우리측위원회 3백명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33명 ▲민중당 30명 등으로 기자를 제외하더라도 2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 방북하는 것은 북한의 폐쇄사회에 「개방바람」을 유입시키고 남북교류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북측은 당국간의 접촉을 거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남북교류를 거부한 데서 오는 명분상의 피해보다는 남북교류로 인한 실질적 피해를 피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북측은 계속 당국간 접촉보다는 해당단체끼리의 교섭을 통해 남북교류를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제는 교류를 기피하기 위한 궁색한 변명 이상의 것이 될 수는 없게됐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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