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 이해 폭 넓은 현대작품부터 교류를"-이번 전시회에 아방가르드작품 84점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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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작가에게는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예술애호가에게는 선택감상의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소련 러시아공화국문화부 예술담당부국장 베라 레베데바 여사(51)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가장 큰 예술계 변화는 지하예술이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중앙일보와 소련문학부가 공동 주최하는 「소련현대미술전」(7∼31일 호암갤러리)을 위해 지난 3일 일행2명과 함께 내한했다.
소련에서 러시아공화국은 정치·경제는 물론 예술분야에서도 가장 활동이 활발, 소련예술활동의 90% 가량이 이 공화국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볼쇼이극장·말리극장 등도 러시아공화국 소속이며 지역적으로는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가 포함된다.
레베데바 부국장에게 소련미술 등 예술계 동향을 알아본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과 경향은.
『소련 아방가르드(전위미술)의 다양한 경향과 세대별 조류를 일람할 수 있도록 칸딘스키 이후 이리나 오를로바까지 33명의 작품 84점이 전시됐다.』
-출품작의 수준을 자체 평가한다면.
『칸딘스키·말레비치 등 유명세를 물고있는 작가작품들뿐 아니라 영국 소더비예술품 경매회사 등 서방세계에서도 공인 받은 작품들을 엄선했다. 이들 작품 중 53점은 구매자가 나설 경우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출품작 대부분이 아방가르드류인데 페레스트로이카 이전에도 이 경향의 작품활동이 가능했는가.
『소비에트 정권 여명기인 20년대에 융성했던 아방가르드는 독재체제하에서 지하예술형태로 발전해왔다.
즉 20년대의 1기 아방가르드는 30년대 독재체제하에서 공식적으로는 자취를 감추었고 60년대 흐루시초프 등장 이후 제2기 아방가르드 시대가 열렸으나 곧 결빙됐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지하예술형태의 아방가르드가 지상으로 나와 1, 2기를 포괄하는 제3기 아방가르드 시대가 열렸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다원주의경향이 전 예술계에 일반화됐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이제 예술가들은 당국의 허가·검열 등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의 주요관심은 완벽한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참작한 작품이 예술애호가 및 평론가들에게 어떻게 평가되는가 하는 것이다.』
-한국과의 문화교류 가능성 및 전망은.
『불행하게도 소련내의 예술가 및 예술관계자들에게 한국예술은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와 예술전통이 있다는 것은 알고있기 때문에 공감대형성이 쉬운 현대작품을 중심으로 한 각 분야의 교류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한국문화부관계자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그녀는 그러나 루블화가 태환성이 없는 것이 이 같은 문화교류의 가장 큰 장애라며 웃었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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