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다리'송영진, KTF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제 키가 커도 날 수 있다.

KTF가 24일 부산에서 벌어진 모비스 프로농구에서 송영진(21득점.7리바운드.사진)의 활약으로 선두 오리온스에 94-92로 승리했다. 놀랄 일이다. 국내 키 큰 농구 선수 중 김주성(동부), 서장훈(삼성)을 제외하고 승패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골밑 생태계는 외국인 선수들이 완전히 장악해버려 씨가 말라가고 있었다.

1m98㎝에 포워드처럼 빠른 송영진도 그중 하나다. 중앙대 시절 센터나 파워포워드로 뛰었던 그는 프로 5시즌 동안 평균 7.2득점에 리바운드는 2.1개에 불과했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비교적 좋은 기록이지만 드래프트 1순위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프로에 온 송영진의 이름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치였다.

올해는 바뀌었다. 외국인 선수 1명 규제 쿼터가 2, 3쿼터로 늘어나면서 송영진을 비롯한 키 큰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가 왔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송영진은 어렵게 찾아온 이 기회를 움켜쥐는 모습이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에게 치이면서 외곽으로 나가 슛을 연마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을지도 모른다. 외국인 선수들이 골밑을 완전히 지배했을 때 송영진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지만 올해는 장거리포와 근거리 육박전의 양수를 겸장한 강자가 됐다.

붙으면 (골밑을) 파고, 떨어지면 (슛을) 던지는 농구의 교과서를 그는 보여주고 있다. 송영진은 이날 3점슛 6개를 던져 3개를 꽂았다. 특히 86-74로 앞서다 87-84로 쫓겨 다급하던 종료 3분 전 그의 3점슛은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송영진은 외국인 선수가 한 명뿐인 2, 3쿼터에 골밑으로 들어가 많은 득점을 했다. 올 시즌 세 경기에서 평균 15.3득점에 리바운드 3.7개, 어시스트가 3.3개를 기록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