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화증가율 목표치 넘어섰다/7월중 2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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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 억제선 지키기 힘들듯/기업대출 늘고 통안증권 판매부진 때문
중동사태에 따른 원유가 상승조짐으로 인플레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연초이래 풀린 돈의 고삐도 잡히지 않아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동향에 따르면 7월중 총통화(M₂)는 평균잔액기준으로 전월보다 6천8백55억원이 늘어난 61조3백65억원으로 총통화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21.3%를 기록,당초의 목표치(2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한은은 8월중 총통화증가율을 19%에서 20%대로 높여잡았으며 이같은 추세로 가면 올해 총통화증가율 억제선(15∼19%)을 지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7월중 총통화증가율이 목표치를 넘어선 것은 단자사의 기업대출중단에 따라 통화당국이 뒷돈을 풀어 은행대출을 늘렸고 증시침체로 통화안정증권 판매가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그러나 총통화증가율이 지난 2월 24.4%에서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7월중 총통화진도율(작년 12월 평잔대비증가율)은 7.3%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변칙 통화관리로 금리는 안정/증발요인 많아 물가상승 압박(해설)
돈을 푸는데 가장 보수적인 한은이 7월중에는 돈의 고삐를 일부러 느슨하게 잡았다.
은행권과의 형평을 위해 애써 취한 재무부의 제2금융권 금리인하조치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실세금리를 떨어뜨리고 기업들의 입에서 「자금난」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막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7월말 2조여원의 세수가 몰렸는데도 사채금리(A급)가 월리 1.74%까지 올랐을 뿐 비교적 조용히 넘어갔다.
방법은 간단하다. 단자사의 기업대출이 7월 한달동안 6천억∼7천억원이 줄어든만큼 은행에 뒷돈(RP지원)을 대주고 당좌대월 한도를 초과해가며 일시대(2천억원)와 신탁대출(1천억원)을 늘리는 한편 보험대출(3천억원)까지 동원했던 것이다.
이중 일시대만이 총통화(M₂)에 포함됐을뿐 신탁ㆍ보험대출은 M₂에는 잡히지 않았으니까 평소 통화중심지표의 전환을 주장해온 한은 스스로 현행 통화지표의 허점을 십분 활용한 셈이다.
이같은 통화관리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문제는 물가다.
현재대로라면 3ㆍ4분기중 총통화증가율은 잘해야 20%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결국 4ㆍ4분기에는 연말 억제선을 지키기 위해 12∼13%까지 증가율을 낮춰야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는 하반기의 자금수요를 고려할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반기에는 2조원 규모의 추경에다 1조3천억원의 추곡수매자금ㆍ추석 및 연말자금성수기가 끼어있고 특별설비자금(5천억∼1조원)등 정책금융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한은은 이에 따라 하반기중 5조여원의 통화채를 발행,돈을 빨아들일 계획이지만 7월에 이미 나타났듯이 증시침체가 가로막고 있다.
한가지 통화관리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은 적금이나 부금을 들었다가 대출을 받을때 기존예금을 고객에게 돌려줌으로써 연말까지 1조원의 통화계수를 낮출 수 있게된 것인데 이에 대해 「숫자놀음」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은분석에 따르면 총통화가 목표치보다 1% 더 증가할 경우 물가는 36개월에 걸쳐 0.74%의 추가인상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물가안정이 강조돼야 할 때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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