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작품 교류로 동질성 회복을"|한국 문협 LA서 「1회 해외 문학 심포지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국문인협회 주최 제1회 해외문학 심포지엄이 3∼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힐튼 앤드타워호텔에서 열렸다.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한국 문학의 향방」을 주제로 국내 문인 1백34명과 미주 중심의 교포 1백여명이 참가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박동규 (평론가·서울대 교수), 김해성 (시조 시인·서울여대 교수), 고원 (시인·미주 문협 회장)씨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박경리씨의 대하소설 『토지』와 북한의 대표적 소설 『피바다』를 비교 분석한 김씨는 『외적으론 이념의 이질성이 강하게 풍기고 있는 것 같아도 두 작품의 밑바닥에는 항일정신과 한국 여성의 독특한 한 등 겨레의 동질성이 흐르고 있다』며 남북작품 비교 연구를 통해 이러한 동질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창조되고 독자에게 수용된다는 전제아래 박씨는 『다소간의 이질화와 편차에도 불구, 남북언어는 여전히 동일하다』며 『양자간의 공통분모인 1945년을 기준으로 언어를 환원, 언어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언어의 통일을 기초로 고전문학·근대 문학을 공동 연구하고 소련·중국·일본·미국 등지의 교포문학수용 등 문학작품·자료의 공동 이용과 교류가 실현된 다음 문인들의 상호 교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씨는 『「한」이라는 우리 민족 고유의 개념과 정서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자』고 주장했다. 고씨는 우리에겐 한글로 쓰는 「한」, 즉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전통·심성·정신, 그리고 사상과 철학으로서의 한과 한문으로 쓰는 「한」,즉 역사상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민족 또는 개인이 경험한 정서로서의 한 두가지가 있다며 이러한 「한」과 「한」이 남북 갈등을 극복해 평화의 문학, 이해와 조화의 문학, 통일의 문학을 낳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문협이 해외에서 모국어로 창작 활동을 하는 교포 문인들을 대상으로 제정한 제1회 해외 한국 문학상 수상자 김용익씨에 대한 시상식도 있었다. 수상작은 단편 『꽃신』.
문협이 남북 문학 교류 사업의 1단계로 제3국에서 남북 문인의 만남을 시도한다는 취지 아래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국내 참여 문학 단체인 민족 문학 작가 회의와 초청 대상이었던 북한 문인은 물론 소련·중국 등 공산권 동포 문인들이 불참, 단순히 해외에서 열어 본 문협 자체 행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