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상 왔으니 시끄럽게 말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23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최규하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이날 이용훈 대법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의 신군부는 1979~80년 최 대통령을 압박해 8개월 만에 권좌에서 내려오게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당시 최 대통령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답을 피했다.

전 전 대통령은 오후 3시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장세동 전 안기부장, 이학봉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5공 주역'들도 함께였다. 고인의 영정 앞에서 잠시 명복을 빈 그는 접견실로 자리를 옮겨 유족들과 20분여간 대화를 나눴다.

전 전 대통령은 장례식장을 떠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그는 최 전 대통령에 대해 "외교에서 큰 공을 세우신 분"이라며 "지금처럼 국가안보가 어려운 시기는 고인같이 외교 능력을 길러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최 전 대통령의 하야 과정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하자 전 전 대통령은 "오늘은 문상하러 온 것이니 시끄럽게 하지 말자"고 했다. 대신 그는 "내가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최 전 대통령을 10개월 모시면서 종종 보고를 드렸다. 내가 보고하고 지침받고 하는 것들을 최 전 대통령은 굉장히 섬세하고 풍부하게 모두 기록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비망록 형식이든, 회고록 형식이든 발표가 되면 여러분이 궁금하게 여기는 점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은 "(최규하 전) 대통령께 보고할 때는 늘 담당 비서관이 합석했는데, 대통령이 원하지 않으면 배석하지 않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최 전 대통령 관련 내용 몰라"=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오후 7시30분쯤 빈소를 찾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만큼 10.26(박 대통령 시해 사건)의 또 다른 등장인물이다.

한나라당 허태열.심재엽.유정복 의원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고인은 외교에서 큰 역량을 보이셨던 분"이라며 "아버지(박 전 대통령)도 고인을 외교 분야에서 많이 아끼셨다"고 회고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