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 사지 말고 기다려 달라" 추병직 건교장관 말 믿어도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수도권에 성남 분당 수준의 신도시 한 곳이 추가 건설된다. 또 현재 개발 중인 신도시 가운데 한 곳이 확대 개발된다.

일부 규제 지역에 짓는 민간 건설업체 아파트의 용적률을 높여 가구 수를 늘리고, 도심 내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대한 건축 규제도 완화된다.

추병직(사진) 건설교통부 장관은 23일 "성남 분당(594만 평) 규모의 신규 신도시 한 곳을 건설해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릴 예정"이라며 "신규 신도시와 규모를 확대하는 신도시의 위치와 면적은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는 분당 수준의 쾌적성과 교육.주거 여건을 갖춰 서울 강남을 선호하는 이들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그 정도 규모의 신도시 건설 계획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아니다"고 한 점에 미뤄 신규 신도시는 이천.포천.연천, 안양과 과천 사이, 용인 동북권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또 확대되는 신도시는 파주.화성 등이 떠오르고 있다. 분양은 확대 신도시의 경우 2009년, 신규 신도시는 2010년이 될 것으로 건교부는 내다봤다.

추 장관은 "지금 집을 사봐야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다"며 "국민은 조급해 하지 말고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집값이 불안한 것은 종합부동산세와 내년 시행될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을 국민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국민의 무지 탓이며, 정부는 잘 하고 있는데 국민이 안 따라와 시장이 불안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강경 일변도의 정부 대책이 시장의 내성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8.31 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했고, 올해 3.30 정책 이후 잠시 안정세를 찾던 집값은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는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추 장관의 '선제적 진화작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오전 11시쯤 예고 없이 브리핑실을 찾아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추 장관이 말한 신도시 추가 건설 계획은 1500만 평의 택지를 확보해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지난해 8.31 부동산 대책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다만 언제.어디에 건설할 것인지만 남았을 뿐이었다.

"새삼 신도시 계획을 비공식 자리에서 불쑥 발표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건교부 관계자는 "요즘 집값이 오른다는 보도도 많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