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휴가가며 “신경써라”지시/한소수교단 모스크바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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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단장 “소 대표 구면… 잘풀릴 듯”/“수교”역점에 “경협”강조… 양측 다소 이견/김종휘ㆍ도브리닌 크렘린궁 요담에 눈길
○…한소경제협력 및 수교협상을 위해 소련을 공식방문중인 한국정부대표단(단장 김종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2일오전(한국시간 2일 오후)마슬류코프 제1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소련측 대표단과 첫 회담을 갖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시작.
○첫회담은 70분간
소련정부측이 제공한 고급세단승용차 10대에 나눠타고 회담장소인 소련국가경제기획위원회 건물에 도착한 김단장과 김종휘대통령 외교안보보좌관은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에서 첫 대면한 마슬류코프단장과 『두번째 만나게 됐다』며 반갑게 악수를 나눈후 공식대표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으나 이날 회담에 특별 참석한 도브리닌 소련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과도 반갑게 인사.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은 양국간 수교협상에 비중을 두는데 비해 소련측은 경제협력 문제를 강조,협상에 임하는 양국 대표단의 입장에 다소 차이가 있음을 드러냈는데 이날 첫회담에 도브리닌이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은 우리측 입장과 분위기를 감안한 것이라고 현지에서는 분석.
회담은 약 70분간에 걸쳐 진행됐는데 회담직후 김단장,김종휘보좌관,공로명 주모스크바 영사처장과 마슬류코프,말케비치 연방상의회장,,도브리닌 보좌관이 비공개리에 별도 6자회담을 가져 눈길을 끌었는데 이 자리에서 한소수교문제를 비롯,양국간 협의일정등이 논의됐다고 관계한 자가 전언.
○고르비면담 불발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김종휘대통령 외교안보보좌관은 2일 오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 측근인사인 도브리닌 대통령외교정책보좌관과 별도 단독 요담을 가져 눈길.
김보좌관은 회담을 마친뒤 『양국간 공동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는 말 이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는데 한소수교문제가 깊숙히 논의됐을 것으로 양국관계자들은 추측.
약 30분간에 걸친 이날 요담에는 공로명 영사처장이 배석했는데 김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휴가중인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에게 전하는 노태우대통령의 각별한 안부를 전했으며 도브리닌 보좌관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면서 한국대표단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소련 체류기간동안 불편이 없도록 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고 김보좌관에게 설명.
우리측은 이번 회담이 양국정부간 첫 공식회담인만큼 고르바초프대통령과의 면담도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소련은 8월말이 휴가철이라 고르바초프대통령도 한달 일정으로 휴가를 떠나 면담은 어렵게 됐으며 대표단이 휴대한 노대통령의 친서도 도브리닌을 통해 전달.
○…이번 회담에서 소련측 단장을 맡은 마슬류코프 제1부총리는 비교적 보수적 성향을 지닌 소련내 군수문제 전문가.
김종인수석과는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얼굴을 익힌 사이로 김수석은 마슬류코프에 대해 『합리적이어서 협상을 한다면 의견이 통할 인물』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
○“무리한 요구 거부”
○…이번 협상단의 우리측 한대표는 한국이 소련과의 수교를 앞당기기 위해 경제협력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배팅을 할 것이라는 일부 지적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
이 대표는 『우리도 세계 10대 교역국가인데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것으로 보느냐』고 반문하고 『대소수교를 앞당기기 위해 우리정부가 소련측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
○…이번 회담진행과정 및 결과등을 보고하기 위해 우리측은 서울에서 전문통신기술자 1명을 특별 파견.
우리측은 이 통신기술자로 하여금 외무부측과의 연락을 전담토록 하고 있는데 통신기기가 설치돼 있는 KOTRA 사무실은 외부인사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등 보안유지에 신경.
주모스크바 영사처와 모스크바주재 우리측 상사 지사들은 대표단 도착전에 통신장비 설치장소 선정등의 문제를 해결키 위해 공처장 주재로 수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출입통제ㆍ보안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KOTRA 사무실이 적격이라고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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