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악순환 '피해자' 전학가면 끝?

중앙일보

입력

잇따른 학교폭력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어 사실상 피해학생의 전학으로 상황을 마무리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노컷뉴스가 23일 보도했다.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일단 쉬쉬하면서 미봉하는데 급급하고 가해학생을 선도하려는 노력 등도 부족해 학교폭력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충북 A중학교에서 폭력서클 학생 30여명이 후배 11명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다 교사에게 적발됐다.

피해 학생 가운데는 갈비뼈가 부러져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은 학생이 있을 만큼 심각한 폭력 사건이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가해자들에게 교내 봉사 1주일의 처벌을 내렸을 뿐 피해자 보호 조치나 가해자에 대한 재발 방지 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 학부모들은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대전의 B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 학생이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상대 학생에게 주먹을 휘둘러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지만, 학교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학교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피해 학부모들은 전학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크고 작은 청소년 폭력이 학교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3월부터 한달 보름 동안 실시한 학교폭력 자진신고 기간 동안 접수된 신고건수만 2천3백여건, 만3천7백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천9백여건, 만5천5백명이 신고 접수됐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불거졌을 경우 학교측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어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에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피해를 입은 학생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학교를 옮기는 일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90%에 이르는 피해자들이 전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다시 쫓겨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해학생에게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별다른 죄의식 없는 학생들에게 잘못을 일깨워주고 다시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도록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학교들은 절차에 따른 징계 조치만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력에 대한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처벌만 내릴 경우 오히려 폭력 행위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상담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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