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명문대 거액 모금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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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학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금모금 운동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스탠퍼드대는 앞으로 5년간 43억 달러(약 4조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모금운동의 타이틀은 '스탠퍼드 챌린지'. 스탠퍼드는 이 기금을 보건.환경.안보.보건 분야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컬럼비아대가 4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예일대와 버지니아대도 각각 30억 달러 기금 마련 캠페인에 착수했다. 뉴욕대는 25억 달러, 존스 홉킨스대와 시카고대는 각각 20억 달러, 브라운대는 14억 달러의 기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NYT는 현재 10억 달러 이상의 기금을 마련하려는 대학이 적어도 25곳은 된다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명문대 가운데서 유일하게 이런 거액 모금운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하버드도 조만간 이 같은 경쟁 대열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에 따르면 명문대는 교육기관을 넘어 연구기관으로서의 자부심도 크기 때문에 기금 마련에 적극적이다. 대학들은 "현대 과학분야 연구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며 "연구를 위해 기금 마련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꼭 연구시설 확충만이 목적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기존 시설을 확충하는 데도 쓰인다. 한 예로 나이키 회사의 창립자인 필립 나이트는 스탠퍼드 비즈니스 스쿨 캠퍼스를 위해 1억 달러를 기부키로 했다.

그러나 NYT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이 정말로 새로운 캠퍼스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학들과의 경쟁을 의식한 지나친 과잉 투자라는 지적이다.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장을 지낸 아서 레빈은 "만약 경쟁 대학이 수영장을 만들면 이보다 더 큰 수영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과잉경쟁 현상을 비판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존 롬바르디 총장은 이는 "군비 확대 경쟁(arms race)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NYT는 "이미 엄청난 자금을 확보한 명문대가 대대적인 기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학비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며 "이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더 부유하고, 더 호화롭고, 최고의 시설을 갖춘 학교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신문은 "명문대로만 자금이 집중되고 있어 대다수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많은 대학은 1억 달러 기금 마련도 어렵다"며 "이는 명문대의 잘못이 아니지만 결코 바람직한 현상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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