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 그 원류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펴낸 서지 백과사전이다. 일본의 중국 전문가 25명이 나눠 썼다. 고전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 알맹이를 발췌와 요약으로 정리했다. 사기.자치통감.십팔사략 같은 역사서와 논어.맹자.노자.장자 같은 철학.처세서에 본초강목.황제내경.상한론 같은 의학서까지 분야별 대표 서적들이 한눈에 보인다. 이를 통해 중국의 골수를 살필 수 있다. 좋은 재료를 푹 고아 우려낸 진액을 맛보는 즐거움이랄까.
방대함에 질릴 법도 하지만 의외로 정리가 담백하다. 무엇보다도 중국을 알려는 치열함에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승산 없는 전투에선 일단 도망쳐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병법서 '36계'에선 중국인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다. 명나라 말기 지식인 이탁오가 저서 '분서'에서 '식견에 남녀가 따로 있는가' '단맛보다 쓴맛이 몸에 좋다' 는 화두로 인간사를 탐구하는 대목에선 이지적인 중국인의 모습이 잡힌다.
하나 더. 실리와 실천, 그리고 능력을 중시한 묵자의 말을 들어보자.
"위정자들은 음식은 손맛 좋은 요리사에게, 옷은 솜씨 좋은 재봉사에게 반드시 맡기면서도 국가를 다스리는 일에는 연고 등을 생각해 가장 능력있는 인물을 쓰지 않는다. 그들에게 국가 따위는 음식이나 옷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근 2500년 전의 생각이 오늘날에도 어찌 이리 가슴에 와닿는지.
채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