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연정 또 붕괴위기/자민당ㆍ사민당 탈퇴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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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독총선 일정싸고 갈등
【동베를린 APㆍ로이터=연합】 동독 자민당(FDP)이 24일 통독총선 실시방안과 통일일자에 관한 분쟁으로 드 메지에르 총리의 연립정부에서 탈퇴하고 제2정당인 사민당(SPD)도 오는 27일까지 타협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다.
자민당 지도자 라이너 오르틀레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독선거는 같은 선거법을 토대로 해야 한다』면서 연정실패의 책임은 드 메지에르 총리와 그를 지지하고 있는 세력에 있다고 지적하고 자민당이 연정에서 탈퇴키로 결정한 것은 드 메지에르 총리가 선거문제에서 민사당(PDSㆍ구 공산당)과 제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민당 지도자 볼프강 테에르세는 자민당이 연정탈퇴를 발표한지 한시간후 만일 드 메지에르 총리가 전독선거에 대한 그들의 조건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사민당도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 메지에르정부는 5개 정당 연립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민당은 88석,자민당은 21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민당은 1백92석을 차지하고 있다.
자민당의 연정이탈에 이어 앞으로 사민당까지 연정에서 이탈하게 되면 드 메지에르 총리는 통일에 필요한 3분의2의 다수의석을 확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되어 통독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동독 연립내각 붕괴위기 배경/서독선거법 따르면 군소정당 몰락/각 정파 정권이해 걸려 통독에 차질
순항을 계속하던 독일통일작업이 통일 독일의 정권향방을 의식한 각 정파들의 이해관계가 충돌,동독연립정부가 붕괴될 위기에 처함으로써 오는 12월초로 예정된 통독작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주 동독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자민당(FDP)은 동독의회가 전독선거 하루전인 12월1일 동독이 서독에 통합될 것을 의결해야 한다고 요구,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연정을 탈퇴하겠다고 했으며 사민당도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자민당의 이같은 요구는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 기민당(CDU)의 드 메지에르총리에 의해 거부되었고 24일 의회가 메지에르의 제안을 수용,이 문제를 동서독 의회의 통일위원회가 협의해 해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의회의 이같은 결정은 결국 자민당과 사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되어 자민당이 연정탈퇴를 결행하고 사민당도 27일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통일날짜를 하루 먼저 할 것인가 늦출 것인가 하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이 문제는 12월2일의 전독선거를 서독의 선거법에 의거해 실시하느냐 아니면 동서독이 각자의 선거법하에서 의원을 선출하고 통일하느냐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자민당과 사민당의 주장인 선통일 후선거방식은 서독선거법체제하의 전독선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한 서독선거법의 이른바 「저지조항」즉 5%의 득표를 못한 정당은 의회진출을 못하게 막는 조항 때문에 서독에 제휴정당이 없는 동독의 민사당(PDSㆍ구 공산당),독일사회동맹(DSU),연합 90등의 5개 군소정당이 의회진출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과 사민당 등 중도ㆍ좌파정당들은 5% 저지조항으로 의회진출이 봉쇄된 이들 5개 군소정당지지표가 성향으로 보아 거의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서독에서 최대단일정당인 사민당은 동독사민당과 통합되면 통일독일 의석비율을 높여 정권장악기회가 커지게 되며 또 자민당도 영향력 확대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첨예한 이해대립을 노출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그러나 어느 정당도 자신이 통일과정에 장애물이 되었다는 인상을 줄 경우,전독선거에서 감표원인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어 오래 끌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사민당의 연정탈퇴 예고시일인 27일을 하루 앞둔 26일 동서독 총리가 만나 현재의 동독연정붕괴위기 타개책을 집중 논의할 예정인데 통일작업의 원활한 진행에 필요한 연립정부의 의회내 3분의 2 이상 의석비를 유지키 위해 사민당과 자민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수용할 것으로 보여 그 귀추가 주목된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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